문배(門排)
문배(門排)
  • 거제신문
  • 승인 2013.0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일광 칼럼위원

새해가 되면 절로 인사를 나누는 세배(歲拜)와 그림으로 인사하는 세화(歲畵)가 있다.

그림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청인 도화서(圖畵署)에서 수성도(壽星圖 남극성을 말하며 인간의 수명장수를 맡은 별자리), 선녀도(仙女圖), 직일신장도(直日神將圖 하루의 일상사를 맡은 신) 등의 그림을 임금께 그려 바치면 이를 선물하는 옛 풍습이다. 지금으로 치면 연하장과 같은 의미로 보면 된다.

이 세화 중에 황금 갑옷이나 붉은 도포를 입고 깃발과 도끼를 든 신장(神將)의 그림을 원일(元日:정월 초하루)이 되면 대문 양쪽에 붙이게 되는데 이를 문배(門排)라 한다. 문배는 병을 몰고 오는 역신(疫神), 화재나 동티를 일으키는 사기(邪鬼)가 출입하지 못하도록 눈을 부릅뜨고 지켜주는 벽사의례였다.

궁중 뿐 아니라 여염집에서도 문배의 풍습은 있었다.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여 한 해 동안 집안이 번성하여 탈 없이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대문에는 호랑이 그림을 붙였다. 호랑이는 잡신의 근접을 막고 특히 화재, 수재, 풍재의 3재를 막는 역할을 했다. 부엌문에는 불을 다스리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그림을 붙여 화재를 막았다. 곡간은 도둑이 들지 못하도록 개 그림을 붙였다. 이때 개는 눈과 귀를 네 개씩 그려 놓아 잘 듣고 잘 보고 잘 지키라는 의미를 담았다.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있는 문이 중문이다. 이 중문에는 수탉그림을 붙였다. 새벽에 닭이 울면 귀신이 맥을 못 추고 물러나듯이 귀신을 쫒는다는 의미가 있지만, 그 보다는 닭의 붉은 벼슬이 관직과 유감이 되므로 승진이나 과거급제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이 문배 중에는 도화서 전문 화공 뿐 아니라 민가의 실력 있는 화가가 그린 그림은 민화로서 매우 가치 높은 작품이었으나, 해마다 새해 아침이 되면 묵은 그림은 떼 내고 새 것을 붙이게 되므로 남아 있는 수량이 그리 많지 않은 점이 아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