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시설 인접, 악취진동…도로공사로 진입도로 없어질 상황
대우조선 내 잡종지 이전 최적지…세부사항 이주민들 의견수렵 논의


현 대우조선해양 부지 조성을 위해 39년 전 어쩔 수 없이 실향의 아픔을 겪어야했던 아주아양지역 실향민들이 망향비 건립 부지 이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지역 실향민 출신인 윤강원(50) 씨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망향비 이전 건립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윤 씨의 이같은 염원을 담은 1인 시위는 지난 2011년 6월 정부종합청사와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시위에 이은 세 번째. 이날 윤 씨는 약 1시간 정도 시위를 벌인 뒤 망향비 건립을 촉구하는 서한을 인수위에 전달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서한은 실향민 일동이 '양아지구 망향공원 조성 촉구서'라는 이름으로 작성됐다.
윤 씨가 이처럼 시위에 나선 이유는 현재 망향비가 서 있는 곳이 거제시환경사업소 하수종말처리시설과 붙어있어 악취가 진동하는 등 이주민들의 애환을 달래기에 부적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진입이 어렵고 향후 진행될 도로공사로 인해 진입도로가 다시 없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
윤 씨가 전달한 서한에 따르면 현재 망향비는 지난 2009년 모 도의원이 도비 5000만원을 확보하고 거제시에서 7800만원을 지원해 조성됐다. 이주민들의 이주 원인을 제공한 조선소측의 지원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서한에 따르면 지난 1974년 이주 당시 대한조선공사는 △능포 바닷가주변 공원 조성 △아양동에 망향비 건립 △이주민가족과 자녀 우선취업 보장 △이주민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원 △기타 항구적인 지원의 약속 등을 이주민 대책위원들과 협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약속들이 대한조선공사에서 옥포조선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 윤 씨를 포함한 아주아양지역 실향민 일동은 현재의 위치가 부적절하고 도로확장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바에야 망향비 위치를 옮겨달라는 것이다. 이전 장소로는 지난 1974년 이주할 때 이주민들이 기부했던 아주동 227번지 일원을 거론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이 부지는 '아주당터'라고 불리는 2200여 평의 부지이다.
이 부지는 당시 이주민들이 당등산(아주아양지역 내 소재)에 있던 이순신 장군 첫 승전 기념탑과 정자를 옮기기 위해 거제시에 기부했다. 하지만 거제시청이 등기를 지연하는 사이 특별조치법 때 대우조선해양으로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게 실향민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윤 씨는 "현재 대우조선 내 유일한 잡종지로 남아있는 아주동 227번지 일원 아주당이 최적지로 꼽히지만, 더 좋은 자리도 검토할 수 있다"며 "세부사항은 이주민들의 의견을 더 수렴해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 씨는 "새 망향비 건립이 구체화되면 현재 대우조선 내에 남아있는 삼층석탑 등 상당수의 마을유물도 함께 모아 실향의 아픔을 달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실향의 원인제공자인 대우조선이 망향비 건립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주 아양지구 망향비는 이주민 2500여명의 오랜 탄원 끝에 지난 2009년 도의원 포괄사업비 5000만원이 지원되면서 건립이 본격화됐고, 이듬해 9월 현 위치에 완공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망향비 부지는 국도대체우회도로 1구간공사(아주~일운)가 시작되면 진입로 일부가 도로부지에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