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직계제(六曹直啓制)
육조직계제(六曹直啓制)
  • 거제신문
  • 승인 201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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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오늘날 정부조직이 대통령-국무총리-장관으로 짜이듯이 조선시대에는 왕-정승-판서로 이어지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맥락은 같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총리와 17개의 부처 장관이 국정을 담당하게 되지만, 조선시대에는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 중심이 된 의정부(議政府)와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6조 판서가 있었다.

왕이 의정부에 힘을 실어 주느냐 혹은 판서에게 힘을 실어 주느냐에 따라서 통치방법이 달라진다. 육조의 행정사항이나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의정부에서 심사 또는 검토하여 왕에게 보고하고, 왕의 결재를 의정부를 통해 각 부서에 전달되는 것을 의정부사서제(議政府署事制)라 해서 권력의 중심은 당연히 의정부가 갖게 된다.

이런 제도에서는 신권(臣權)이 강화되는 반면 왕권(王權)은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따라서 왕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 강력한 왕권을 행사하려면 모든 정무를 의정부를 통해 하는 것이 아니라 판서가 왕에게 직접 보고하여 재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를 육조직계제라 한다. 의정부는 유명무실해진다.

두 번의 왕자의 난을 거쳐 집권에 성공한 태종은 강력한 왕권을 행사하기 위해 판서를 정2품으로 격상시키고 정치적 멘토였던 하륜(河崙)의 건의를 받아 육조직계제를 시행한다. 뒤를 이은 세종은 처음에는 그대로 육조직계제를 이어받았으나 후기에는 의정부사서제를 부활한다. 다만 이조의 관리 임명과 병조의 군사에 관한 사항만은 임금에게 직접 보고하게 해 의정부의 왕권 침해도 방지하게 했다. 그 후 문종과 단종을 거쳐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세조는 집현전을 폐지하고 육조직계제로 왕권을 강화시킨다. 제도는 항상 왕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져 왔다.

박근혜 정부가 '책임총리제'를 내세우면 '의정부사서제'에 가까워지고, '책임장관'을 내세우면 '육조직계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조각을 보면 말은 책임총리, 책임장관이라지만 어쩐지 대통령 직할체제의 구축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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