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쓸쓸함의 사진사
빛과 쓸쓸함의 사진사
  • 거제신문
  • 승인 2013.02.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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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거제도에 한 사진작가가 있었다.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겠지만 그는 2000년 '거제도 풍경'을 시작으로 2002년 '나무와 풍경'을 비롯해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고 주로 거제도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으며 그가 사랑하는 섬 거제의 모든 빛을 카메라에 빨아들여 사진으로 내뿜었다.

'제주도에는 김영갑이 있고 거제도에는 서성원이 있다' 할 정도로 그는 천재적인 사진작가였으며 사진에 인생을 모두 걸 정도로 말할 수 없는 열정과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거제도의 모 기업에 근무하다 거제도의 정경에 매료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그 만의 특수한 노출 기법으로 주로 홍포~여차의 정경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단순히 사진기의 셔터를 눌러 정경을 한 컷 찍고 마는 그런 사진이 아니라 짧게는 며칠에서 일주일 이상 바다가 보이는 산길이나 바닷가에서 비박을 하면서 하루에 라면 한 개로 끼니를 때우고 밤을 꼬박 새면서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모든 열정을 바친 사람이었다.

어느 신문기자를 만난 서 작가는 그가 사랑하는 거제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거제도만큼 좋은 곳은 없다. 바다와 떠 있는 섬들의 풍경은 계절마다 달라 질리지 않는다.'

사진전문가들 조차도 태양의 궤적을 담는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을 때조차도 그는 바람 같은 묵묵한 얼굴로 20년 동안 거제도의 풍경을 담아냈다. 거제의 태양과 달과 별의 궤적이 그의 사진에 첫사랑처럼 새겨져 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주로 태양과 달과 별의 향연과 사랑에 관한 것이다.

그의 사진 배경은 주로 밤이지만 하늘에는 빛줄기로 표현된 달과 별과 유성의 궤적들로 가득 차있고 그의 짧은 삶과 영혼이 고스란히 묻어 빛나고 있다. 하지만 빛의 궤적이 아무리 아름답게 시간의 꼬리를 드리우고 있어도 결코 서로 만나지 못하듯 외롭고 쓸쓸함이 그의 삶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또한 그를 사진기로 우주를 낚는 어부라고 했다. 그의 사진을 보면 사진에 문외한이라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그의 내면이 어질고 순수하기 때문에 그것이사진에 배여 나와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내 동생 방에 서 작가의 작품 한 점이 걸려있는데 나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불꽃처럼 살아왔던 그의 생애처럼 불꽃 속에서 젊은 생을 마감한 그의 쓸쓸한 삶이 안타까워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의 작품 속에는 그가 추운 겨울날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텐트에서 며칠을 지내며 별빛과 더불어 고고하게 빛을 담아낸 초월적인 열정이 묻어 있다.

그의 사진 속 태양과 달과 별이 한 번도 궤적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의 삶도 궤적에서 벗어나지 않고 빛나는 열정과 사랑으로 혜성처럼 그렇게 홀연히 사라졌다.

나는 그의 이름이 우리들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깝다. 그의 빛나는 창의와 쓸쓸함이 거제도의 시간 속에서 무너지고, 그의 작품이 망각 속으로 사그라져 들어가 그가 30년을 바친 그 빛의 궤적에 대한 열정과 고통의 몸부림이 잊혀지고 이제는 사진 한 장안에 갇혀 있는 것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

누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으면 좋겠다. 그가 평생을 미치도록 사랑한 거제도에 사는 우리 거제인들이 그가 남긴 아름다운 거제의 정경과 거제에 스며드는 빛과 하늘과 바다를 담아낸 그의 작품을 기억해야 하리라.

오늘 내가 그 열정의 이름을 불러본다. 빛과 쓸쓸함의 사진사 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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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2013-03-01 22:13:56
맞아요.
그랬습니다.
내내 마음속에 아프게 남아있었는데 이렇게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성원아, 잘 지내지?
그곳에서 아프지 말고 굶지말고 편안하게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