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얼굴의 거가대교
야누스 얼굴의 거가대교
  • 거제신문
  • 승인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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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석 칼럼위원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재작년 제법 찬바람이 부는 휴게소에서 한 서린 가덕 동 머리의 뱃길을 가로지르는 거가대로의 준공을 축복하느라 흰머리 성성한 향인들이 기념품을 손에 들고 나눠주던 모습이 늘 생각난다.

대단한 시설이고 기념비적 교통로로 등장한 이 대로는 정작 그 기능과 가치와는 달리 대교 명칭을 정하거나 개통준비를 하는 과정들이 모순투성이로 얼룩졌다. 세상의 모든 육로와 섬을 잇는 다리들은 그 섬의 이름을 명칭으로 정하는 게 관례다.

우리나라만 해도 가깝게 아는 모든 대교들은 다 섬의 지명을 부르고 있고, 거가대로 역시 거제가 육지로 연결되는 거제대로여야 마땅한데 절충할 게 따로 있지 이걸 짜깁기한 명칭으로 볼썽사납게 만들어 버렸다. 거기다 세계 최저 해저터널이라고 자랑할 만한 시설이라면 해저를 빠져 나와 거제를 들어서는 첫 관문인 저도쯤에라도 수려한 휴게소 하나쯤 만들어야 제격인데 개통을 몇 년씩 벼르면서도 해군당국과 이런 논의조차 해 보지도 않았고, 지금 가덕 휴게소를 거쳐 수십키로를 달리는 삭막한 시공 흔적만 좌우로 둘러친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개통 이후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지만 짧은 배차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버스승객이 부산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여가를 즐기러 가는 젊은이들과 의료 환자들, 쇼핑객들인데 승용차를 포함한 유흥객이나 피교육생들을 포함한다면 속칭 거제에서 부산으로 돈 빠져 나가는 모습이 가관이다. 엄청난 공사비를 들였으니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값비싼 통행료를 물어야 하는 것도 찜찜하지만 대로 개통과 더불어 부산에서 통영을 거치는 간이역쯤으로 변해버린 관광여건을 들여다보면 울화가 치밀 때가 있다.

지금 도하 언론들은 거가대로의 빨대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형평을 잃어버린 조선도시 거제가 이 다리의 개통으로 모든 소비를 실어 나르는 역할이 증대되고 통영관광을 즐기러가는 거치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필자를 가끔 만나러오는 서울이나 부산의 지인들도 왜 행정이 손을 놓고 있냐고 반문하지만 눈과 귀를 막고 예산 타령이나 관행을 들먹이는 저들도 해결 상대는 아닐 듯싶다. 거기다 지금 부산에서는 신공항 건설을 대비해서 가덕지역에 배후 도시를 건설한다고 서두는 중이고, 공항을 중심으로 유동인구를 수용할 채비에 고심하고 있지만 거제는 전혀 이런 준비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리 건너 불구경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언제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이 동네 선거에만 열중하다보니 지역개발을 표심과 연결시키고, 패거리로 인사를 관철하는가 하는 등 지방자치 본연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탄식들이 난무하다.

그러니 귀가 따갑도록 개통 몇년 전부터 들끓었던 거가대로의 온전한 가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수십 년 전부터 남북을 관통할 터널조차 팽개치는 바람에 지역에 따라 홀대를 넘어 차등발전을 조장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 내부 사정이 이러할진대 지역이 안고 있는 현주소와 미래를 내다 볼 엄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때문에 지금 세간에서는 더이상 거제를 이런 모습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절박한 과제들을 추진할 민간위원회라도 만들어 행정을 독촉하고 분발을 촉구하자는 목소리가 드높다.

더러 이런 지역적 현안의 요구를 들고 나오면 으레 발뺌부터 하고 보는 행정의 구태의연한 태도에 식상하거나 아예 창의적 대안이 수용되지 않는다는 불신의 벽이 높아 져 있는 것도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단순히 현재의 행정 담당자들을 원망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역발전의 미래 과제를 두고 보다 폭 넓고 거시적인 참여와 수용의 폭을 넓혀 가자는 얘기다.

거가대로의 훌륭한 완성은 곧 거제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활로가 된다.

그러나 단순히 다리를 시설해 놓는 공학적 시스템의 발상이 아니라 그 다리를 통해 야기되고 얻어질 산업적 문화적 모든 가치를 조율하고 대비책을 세우거나 그릇된 발상을 수정하는 몫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함께 자각할 때다.

지금 거가대로가 갖고 있는 야누스의 표정은 거제인만이 바꿀 수 있는 허상과 실상을 그대로 보인다는 점을 함께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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