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무기징역형을 받은 빠삐옹이 꿈에 죽어 재판을 받는데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하자 재판관은 '인간이 짓는 죄 가운데 가장 큰 죄는 인생을 낭비하는 죄'라는 대사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영원한 화두다.
빠삐옹은 다시는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아홉 번의 탈출을 시도한 끝에 성공한다. 화면의 압권은 마지막 장면으로 노인이 된 빠삐옹(스티브 맥귄 분)이 악마의 섬 절벽에서 뛰어내려 코코넛 자루를 타고 푸른 파도를 타고 멀어져 갈 때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주제곡은 자유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뼛속 깊이 전해준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배고픈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19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세상에 이런 가혹한 처분이 있느냐지만 그가 감옥에서 보낸 19년은 빵 한 조각 훔친 단순한 절도 때문이 아니라 여러 번 탈옥을 시도하다가 가중처벌된 것이다.
미국 한 방송사 사장인 피터 멀로이(64세)씨가 소지하고 있던 아동 포르노 가운데 50건을 정식기소하여 1건당 징역 20년씩 도합 1000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일이 세계의 화제다. 책상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여직원들의 치마속을 촬영한 죄 등은 1000년 징역형과 동시진행이기 때문에 실제는 1000년보다 더 많은 형을 선고 받았다.
아동 성폭행도 아니고 단순히 음란물 소지죄로 징역 1000년인데, 지난해 12월 경기도 여주에서는 네 살배기 여자 아이를 성폭행한 이웃집 아저씨 임모(42)씨에게 법원이 정하고 있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이 선고된 것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 2008년 모든 국민을 분노케 한 '나영이 사건'의 주범 조두순에게 내려진 처벌은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이유로 징역 12년에 불과했으니, 1000년의 징역형과 비교하면 어이없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