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비정규직 문제로 인해 차별적 대우를 받는 비민주적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거제의 경우 대우·삼성 양대조선으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근로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전체 거제인구 24만여 명 중 양대조선과 관련한 근로자가 8만여 명이다. 이들은 직접 고용된 정규직 근로자와 사내·사외 하청의 정규·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로 구분돼 있다.
정규·비정규 근로자의 구분은 이들 조선 관련 업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공직사회와 교육계에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다양한 근로자들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노동 강도에 비례한 임금이 아니라 자신이 고용된 형태에 따라 차별을 받고 있다. 노동현장에서의 이러한 차별이 사회에서의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파트단지 내에서의 차별이다. 실제로 몇몇 아파트단지에서는 부모들에 의해 자녀들이 차별받거나 따돌림 당한 경우가 발생했다.
노동량은 오히려 정규직보다 더 많으면서 임금은 적고, 사회적 차별도 모자라 자녀까지 차별받게 만드는 것이 비정규직이라는 제도다.
비정규직이 합법화 된 계기는 지난 1996년 12월26일 당시 신한국당 국회의원 157명 중 155명에 의해 7분만에 날치기 통과된 노동관계법 때문이다. 이때의 날치기 통과는 한마디로 노동법개악인 셈이었다. 당시 노동법 개정의 명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진국형 유연화 정책'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는 권리를 기업에 쥐어주고 또 비정규직, 파견직을 명시하는 노동유연화 정책들이었다.
경기부양을 위해 노동자를 언제든 해고할 수 있게 만든 이 법은 다음해 'IMF구제금융사태'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 이 같은 악법을 고치기 위해 2000년대 들어 민주노총이 발 벗고 나섰지만 결국 노동자 단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일부를 개정하는데 그쳤다. 야권 국회의원 등도 이 법의 개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제도 자체를 없애지 못했다.
이러한 정치적 한계와 야합 등으로 인해 현재 우리사회의 가장 큰 고질이 돼버린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는 8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여성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여성 노동자 중 42%, 남성 비정규직은 전체 남성 노동자 중 28%이다.
문제는 비정규직이 양산될수록 한국 경제상황이 악화된다는데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는 곧 소비자이다.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에 차별을 받으며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이 많아질수록 소비가 줄고 내수시장이 악화되기 때문에 비정규직 양산은 곧 경제 악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최근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계약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일부 전환하고 연차적으로 이들을 정규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상남도도 지난 1월초에 비정규직 1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수많은 지자체들과 일반 기업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거제지역도 이 같은 사회적 흐름에 맞춰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 중 타의 모범이 돼야 할 공직사회와 자라나는 세대를 가르치고 있는 교육현장에서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교육현장은 어느 곳을 막론하고 모든 종사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그런데 최근 거제의 일부 학교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와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로 물의를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적절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차별을 겪은 비정규직 당사자들도 정규직들과 함께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평등한 관계에 있다. 책임의 경중이 따로 있지 않다. 차별로 인해 오히려 근로의욕이 상실되고 책임감이 줄어들 수 있다. 다시는 교육현장에서 정규·비정규직의 차별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확실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