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빠진 중년 사내의 상춘곡(賞春曲)
드라마에 빠진 중년 사내의 상춘곡(賞春曲)
  • 거제신문
  • 승인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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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운 칼럼위원
▲ 윤병운 경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거제지부장
꽃샘 추위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지만 독자들께 노래 한 곡 띄웁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가수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였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그 이상 봄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봄을 우리는 언제나 기다린다.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지난해 겨울도 시리도록 추웠다. 작년 연말에 내린 눈이 음지에서는 해를 넘기고도 오랫동안 여기 저기 자취를 남겨 거제에서는 흔치 않은 진풍경을 연출했을 정도였으니….

그래서였을까? 올해 개화는 예년에 비해 빨라 벌써부터 여기저기 봄꽃들이 장관이다. 4월 둘째주로 예정됐던 대금산진달래축제가 한 주 앞당겨진 것도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사람이 힘든 성장기를 거치면서 일찍 철이 들 듯 자연도 매섭고 혹독한 추위가 일찌감치 어린 가지를 단련시켜 봄철의 꽃눈을 재촉하였나보다.

바쁜 농사철을  앞두고 들에서 봄나물을 캐며 어머님들 입 속에서 흥얼거리던 그 노래가 가끔씩 아들 녀석의 흥얼거림에서 묻어나오면 세월은 가도 인간이 가진 감흥은 변함이 없는 것 같아 봄볕처럼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런데 문득 제목이 '봄날은 간다' 가 아니라 '봄날은 온다' 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기보다 오는 봄을 기쁨으로 맞이하고, 뜨거운 여름을 열망하며, 벅찬 수확의 기대로 가을을 기다리면서, 혹독한 추위를 인내하며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해내는 성숙한 자신을 발견하는 겨울을 맞이하는 기다림의 모습이 바람직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쨌든 우리는 평생을 사계절의 이음 속에서 살아간다. 이음, 이음, 이음….

이렇게 계절의 이음은 변함없이 순환되건만 우리의 팍팍한 삶은 좀처럼 쉬이 나아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의 살림살이도 계절의 순환처럼 희로애락이 적절히 어우러질 수 있다면 더욱 살맛나는 세상일텐데 말이다.

더욱이 추위를 떨치고 일어나 여기저기 분주히 꽃망울을 터트려대는 봄이 이렇게 성큼 다가올 때면 그러한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봄이 더욱 기다려진다.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 세월을 붙들고 싶을진데 새봄을 재촉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서일까? 중년을 넘긴 늙수그레한 사내들이 마누라의 핀잔을 들어가면서도 드라마에 빠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 비해 드라마에서는 사계절이 어김없이 이어지듯 인생의 기승전결이 확실하니 말이다. 물론 막장드라마라고 하는 일부 아침드라마는 제외시켜야 마땅할 것이다.

착한 사람 복 받고 악한 사람 벌 받는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의 진리가 눈 앞에서 어김없이 이뤄지니 현실의 더딤을 잊고 희망의 가능성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 너무 나약한 변이 될까?

몸으로 느껴지는 현실의 무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은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라 믿고싶다. 어쨌든 봄이 완연해지면 산두릅도 필 터이니 사랑하는 이들과 봄을 한껏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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