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주방용품·건강식품 등 불티나게 팔려 '인기'

여성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버릇'이 하나 있다. 기분이 울적하거나 심적변화가 생길 때면 보여지는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앤티크한 소품을 좋아하는 기자 또한 고질적인 버릇 중 하나다. 우울할 때면 유럽풍 액세서리나 장식품을 구입해 눈에 보이는 곳에 진열해 둔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수입품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쉽사리 구입할 수 없는 것이 현실.
그런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버리는 가게가 고현시장에 있다. '재래시장 안에 무슨 수입품이?' 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신현신협 옆에 위치한 '알뜰수입할인매장(대표 류창희)'이 바로 그 곳이다.
류창희 대표는 "가게 이름만 듣고는 무척 평범한 가게일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문턱을 들어서면 3초도 안돼서 기분이 좋아지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형형색색 생기발랄한 수입품들이 눈을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항상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 류 대표 때문이다. 문턱에서 주춤거리는 손님을 향해 헤이즐넛 향기가 가득한 커피를 건네던 류 대표는 "부담갖지 말고 맘껏 구경하세요"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에 장보러 온 손님들이 잠깐 들렀다가 마음의 안정도 찾고, 기분도 좋아진다면 그걸로 만족해요"라고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겉으로 볼 땐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만큼 눈에 띄진 않지만 문턱이 낮아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다. "수입품 가게가 '참새방앗간'이라면 믿으시겠어요. 저희는 친근함으로 다가가기 위해 문턱을 낮추고 커피도 한 잔씩 제공했더니 자연스레 손님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류 대표는 말했다.
그가 이 자리에 처음 수입품 가게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
부산 깡통시장에서 1980년대부터 1995년까지 수입품 장사를 하던 시아버지의 지원에 힘입어 남편과 함께 시작한 가게가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거가대교로 인해 부산으로 이어지는 교통이 편리해지고 15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든든한 단골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백화점 차별화' 전략이 크게 한몫 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손님들이 직접 비교하고 구입할 수 있게 해뒀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물건 곳곳에 붙어있는 류 대표의 진심어린 코멘트다. 머그잔 앞에는 '부부가 하루 두 번 이상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지세요'라는 멘트가 붙어 있는가 하면 귀여운 고민인형 앞에는 '생각하고 사세요'라고 적혀있다. 건강식품에는 일일이 효능을 제시해 손님들이 고민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캐릭터 젓가락, 아기자기한 컵과 냄비, 그릇, 수입산 찜기, 약탕기, 여러 캐릭터의 진열 인형과 수입산 과자와 초콜릿 등과 같은 군것질거리, 유럽의 멋이 묻어나는 시계 가방 그리고 건강식품 등 여러 종류의 물건들이 많지만 유난히 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는 인기상품은 주방용품과 건강식품이다.
류 대표는 "요즘은 건강식품이나 액세서리, 진열품 등 물품도 다양하게 구비돼 있어 찾으시는 분들한테 만족을 드리려 노력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가게의 특성상 손님 90%가 여성손님이지만 그는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10여 년 전 엄마 손을 잡고 가게를 방문했던 꼬마 아가씨들이 어른이 된 후에도 이곳을 잊지않고 찾아줄 때면 류 대표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고.
그 밖에도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자며 가져다 주는 손님, 터놓고 넋두리 하는 손님 등 언니동생 하며 지내는 손님들 덕분에 가게에 대한 자긍심도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가게에도 위기가 있었다. 월세로 유지해 온 가게였기에 작년에는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서 문을 닫을까도 고민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매장만은 살아 남았고, 시장 옆 주차장이 생긴다는 기쁜 소식까지 들은 후에는 계속 가게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항상 고객을 위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류 대표의 배려와 시선을 사로잡는 다양한 수입품들, 그리고 꾸준히 믿고 찾아주는 손님들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기자의 취향에 알맞은 수입품들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앞으로는 울적한 날보다 행복한 날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