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고향은 바꿀 수 없습니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고향은 바꿀 수 없습니다"
  • 거제신문
  • 승인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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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동래 허심청에서 재부거제향인회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 개최
권철현 전 주일대사 등 내빈과 500여 명 향인들 참석해 고향에 대한 정담 나눠

"고향을 떠나오던 날, 그날이 언제였던가. 어머니 손을 잡으며 눈물을 글썽이던 날. 세월은 살같이 흘러 내 모습 변해왔지만 그래도…."

학업을 위해, 직장을 위해, 그리고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고향 거제를 떠나서 '부산'을 제2의 고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고향 '거제'를 그리며 고향에 대한 사랑을 다시한번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했다.

'재부 거제향인회'는 지난 20일 오후 7시부터 '제33차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 행사를 동래구 '허심청'에서 개최했다. 500여 명의 향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제16대 이민우 회장이 이임하고 제17대 손영표 회장이 취임했다.

이날 행사를 빛내주기 위해 권철현 전 주일대사를 비롯해 거제신문 박행용 대표이사, 거제시 서일준 부시장과 각 실국장 등이 참석했다. 또 이 자리에 참석치는 못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국회의원, 김한표 국회의원, 허남식 부산시장 등이 축전으로 참석을 대신했다.

이날 행사는 회장 이·취임식에 이어 회무 및 재정보고, 감사보고, 공로패 및 감사패 수여 등의 차례로 진행됐다. 제16대 이민우 회장은 이임사에서 "향인회 33주년 정기총회를 맞아 향인회를 이끌어 온 역대 회장들의 노고와 향인회 활성화와 발전사업인 거공회 구성 및 장학사업 시행에 적극 협조해 준 향인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재부 25만 향인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가진 것은 생에 다시 없는 영광과 보람으로 삼고 남은 생을 통해서도 향인회를 사랑하는 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17대 손영표 회장은 취임사에서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고향은 바꿀 수 없듯 조상의 얼이 담긴 고향 거제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으며 엄청난 자긍심을 갖고 살아왔다"면서 "전임 회장들의 뜻을 받들어 언제나 거제를 사랑하고, 생각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모임으로, 향인들끼리 서로 불편을 들어 주고 정을 나눌 수 있는 향인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축사를 통해 "거제가 고향인 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향인회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었는데 주일대사 시절 참석하지 못했던 것이 참 안타까웠다"며 "거제가 발전하고 있지만 더 크게 발전하는데는 향인의 힘이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덕담했다.

서일준 부시장은 "거제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지만 이 발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향인들의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조선, 해양플랜트 및 관광산업을 바탕으로 강한 경제, 더 큰 거제를 만들 수 있도록 향인들의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그동안 향인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제16대 이민우 회장, 사등면 향인회 조장환 회장, 김선근 사무총장, 김태우 사무차장 등이 공로패를 수상했다. 또 거향장학회 기금모금과 장학회 활성화에 앞장 선 제평치 상임부회장과 박용택 일운면 회장 등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 옛 추억 회상하며 테이블마다 웃음 가득
이날 행사에서는 '봄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했다. 바로 '이야기꽃'이다. '거제인'이라는 이름으로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너도나도 안부 묻기에 바빴고,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걔는 요즘 어디서 뭐하고 지내?" 동부면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한 남자 향인의 목소리. "사상구에 산다는 말은 들었는데 나도 소식을 통 못 들었다"며 답하는 여자 향인. 아쉬움에 잠시 정적이 흐르다 이내 주제가 바뀌며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때 니 명함 받고 한 번도 못찾아갔네. 야~" 하며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둔덕면 향인회. 이 테이블에선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벅찬 마음에 목소리를 높이며 이야기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리며 한바탕 웃기도 하고, 아련한 추억상자를 꺼내 이야기하는 모습은 마치 수다스러웠던 학창시절 그 때로 돌아간 듯 했다. 그들은 다른 향인회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가장 활발했다. 반면, 유난히 조용했던 신현읍 향인회와 장승포동 향인회 테이블에선 식전행사까지만 해도 서로 눈인사를 건네는 것이 전부였다. 만찬이 시작되자 비로소 담소를 늘어놓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장목면 향인들은 다른 향인들처럼 담소를 나누기보다는 서로 귀에 대고 속닥속닥 귓속말을 하면서 친근감을 표했다. 

"우리 계모임 찬조금은 어찌 돼가고 있냐?"며 주제를 계모임에 맞춘 연초면 향인회는 둔덕면 향인회 못지 않게 활기차고 정감이 넘쳤다. 하지만 자주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던지 "낸지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난다"며 말꼬리를 흐리기도.

식장의 맨 뒤에 모여 있던 거제면 향인회는 몇몇 초면인 사람들로 잠시 어색했지만 서로 인사와 악수를 나누며 "어느 학교 나오셨어요?"라고 묻는다. "거제초등학교요"라는 대답에 곧바로 "나도 그 학교 나왔는데. 후배님이시네"라며 어색함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내 이 학교 동창들만이 공감하는 추억거리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어제까지 몰랐던 사이가 이 자리에서 '거제면'이라는 이름 아래 술잔을 함께 기울이는 친구가 된 것.

바쁜 일상에 치여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하나의 '일'이 돼버렸지만 '거제 향인회'라는 공통분모로 한 자리에 모인 이 자리에서 만큼은 참석자들 모두가 너무나도 편안해 보였다. 어릴적 나를 알아주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뛰놀던 그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일상을 훌훌 털어버린 이 순간은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었다.  글=배종근·이미경 기자 / 사진 김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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