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대학교·생산단지 등 해양플랜트 관련 시설 거제유치 장담 못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해양플랜트산업의 우위 확보를 위해 거제시와 하동군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첫 라운드는 해양플랜트 대학원 대학교의 유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하동군이 영국 애버딘대학 분교 설립 관련 MOU 체결로 선수를 쳤다. <관련기사 13면>
해양플랜트 산업과 관련 입지여건만 놓고 보면 대우와 삼성 등 양대조선이 가진 인프라로 인해 거제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한 우위에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하동군은 행정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거물급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작용하면 자칫 하동군에 해양플랜트산업 관련 주요 핵심분야를 모두 빼앗길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경남도는 하동군과 영국 애버딘대학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북해 유전지역을 중심으로 성장 발전해온 해양플랜트 산업 중심도시인 애버딘에 위치하고 있는 애버딘대학은 해양플랜트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하동 갈사만에 분교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MOU에는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부산대학교 선박해양플랜트기술원구원 등이 함께 하고 있다.
하동군과의 MOU 체결은 부산대학교 관련 학과의 백 모 교수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가 하동 갈사만에 있는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원'의 주체이며 백 교수가 애버딘대학교 자문위원을 맡고 있기 때문에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거제시는 하동군의 이번 MOU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강제성이 없어 반드시 분교가 설립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설립이 된다 하더라도 일단은 백 교수의 전공과 관련 있는 '심해저 화재 폭발연구' 분야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남도가 추진 중인 대학원대학교 설립이 쉽지 않다는 점과 하동군이 해양플랜트산업 관련 그리는 밑그림이 생각보다 광범위하다는 점은 경계할 부분이다. 또 하동 출신 거물급 정치인의 존재도 부담스럽다.
먼저 대학원대학교의 경우 27일 이에 대한 용역 중간보고가 있을 예정이지만 경남도나 거제시 관계자 모두 사립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립이나 국립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판단이다. 경남도의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고 지식경제부도 사실상 손을 뗐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적 여력이 있고 산업적으로 관련 있는 국내 조선 빅3 정도가 사립대학을 지원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으로 인해 일단 거제시가 대학원대학교 설립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거제시가 이와 관련 복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빅3 중 빅2가 거제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거제시의 복안도 정치적 영향력이 배제됐을 경우에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하동군이 대우조선해양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 때문이다.
하동군은 대외적으로 해양플랜트산업과 관련 'RDE&P'를 외치고 있다. 연구·개발(R&D)은 해양플랜트 종합시험연구소에서 맡고, 교육(E)은 애버딘대학 분교, 생산(P)은 대우조선해양으로 계획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사실상 정부가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력이 작용할 소지가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고향이 하동이기 때문에 하동군은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정 총리의 영향력을 통해 대우조선을 하동으로 적극 끌어들이게 되면 애버딘대학 분교를 포함한 대학원대학교와 그들의 밑그림에 들어 있는 생산 주체, 나아가 이 모두를 아우르는 클러스터 구축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다.
일단 하동군은 대우조선과 관련 계속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분위기다.
대우조선 관계자도 하동 갈사만 조선산업단지와 관련 사업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동군에서 주장하는 해양플랜트 생산 관련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언급은 전혀 사실무근이다"면서 "갈사만에 20만평의 부지를 매입하기 위한 계약금을 10% 지급한 정도에 불과하고 회사 차원에서 검토는 하고 있지만 어떠한 결정도 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거제시 관계자도 "대학원대학교의 경우 조선 빅3가 움직여야 가능하기 때문에 거제에 유리하다"면서도 "대우조선해양 관련 정치적 영향력이 작용할 경우 해양플랜트 산업의 주도권이 자칫 하동으로 넘어갈 수도 있어 걱정이다"고 경계했다.
갑갑합니다.거제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