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제정에 즈음하여
‘부부의 날’ 제정에 즈음하여
  • 거제신문
  • 승인 200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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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배 칼럼위원(전 거제군수)

녹음방초(綠陰芳草) 우거진 화창한 5월이다. 5월은 아름답고 생명력이 용솟음치는 계절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달력을 들쳐볼라치면 이 달에는 가정과 관계되는 날들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먼저 미래의 주인공들을 기리는‘어린이 날’(5월5일), 그 어린이들을 낳아 손발이 다 닳도록 길러주신 ‘어버이날’(5월8일),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신 ‘스승의 날’(5월15일), 그리고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근로자의 날’(5월1일)…. 가히 5월은 단순히 가정의 날이라기 보다 ‘인륜(人倫)의 날’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엊그제 신문에 보니 5월21일을‘부부의 날’로 정했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기왕에 5월이 인륜의 달일진대 잘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요즘 와서 부쩍 이혼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게다가 늘그막에 부부가 헤어지는 소위 말하는 ‘황혼이혼(黃昏離婚)’이라는 것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말 못할 사정들이 있을 것이다.

연애결혼을 했는데 그때 내가 눈에 무엇이 씌였던가 하고 헤어지는 부부도 있을 것이고, 부모의 엄명으로 선(blind date)을 보고 마지못해 결혼했으나 살다보니 뜻이 맞지 않는다든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두었으니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나 키워서 끄나풀이라도 맺어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더는 참지 못하고 이혼을 결행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들이야 지난날에도 있었을 터인데 왜 요즈막 와서야 이혼이 흔해진단 말인가.  이런 현상은 아마도 시대가 바뀌는 데 따른 가정관(家庭觀)의 변화, 남성우월사회(男性優越社會)로부터 남녀평등사회(男女平等社會)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과도기적 부작용 등등이 아닐까.

그보다는 물질만능시대에 부부가 서로 애정(愛情)을 가꾸어나가는 노력의 결핍(缺乏)이 더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녀평등이 일찍이 이루어졌다는 선진국형의 연애결혼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맞선 보고 한 결혼이 반드시 실패하는 것만도 아니니 말이다.

성녀(聖女)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는 「아름다운 영혼 행복한 미소」에서 “우리는 지금 끔찍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깨진 가정, 불행한 가정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함께 기도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함께 나누지도 않습니다. 서로 섬기는 기쁨이 없습니다. 그 원인은 가난이 아닙니다. 그 원인은 물질과 지위에 집착하고, 우리의 삶에 헤살을 놓는 어떤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젊은이들에게 말합니다.

젊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은 대단히 아름다운 일입니다. 서로 사랑하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하십시오. 서로를 돈이나 재산보다 더 사랑하십시오. 여러분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깨끗한 마음과 순결한 몸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플라톤(Platon)이 전하고 있는 신화에 따르면 완전했던 인간이 신의 질투로 인해 남자와 여자로 분리되었고 그 결과 남자와 여자는 자신을 보호해 줄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에로스(Eros)는 남자와 여자가 분열된 상태로 끝나지 않고, 원래 한 몸에 속해 있던 이들이 사랑의 힘으로 다시 결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바로 사랑이 모든 것을 생성시키고 이끌어나가는 원천적인 힘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 부부란 남녀가 서로 만나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영원히 서로를 돕는 아름다운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은 「인간의 굴레」에서 주인공 필립에게 장인 될 사람이 “물총새의 전설을 아느냐? 물총새라는 놈은 말이네, 바다 위를 날다 지치면 수놈 밑으로 암놈이 들어가 등에 업고 난다네”라고 했단다. 부부란 서로를 위하여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가를 말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나이 든 노부부의 경우는 ‘효자가 악처만 못하다(孝子不如惡妻)’라고 하지 않았던가. 세상에서 서로 의지하고 사는 데는 부부밖에 더 있겠느냐는 말일 것이다.

‘부부의 날’을 5월중에서도 ‘둘이 합쳐 하나가 되는 21’로 정했다니 오토 베츠(Otto Betz)의 「숫자의 비밀」에서 ‘숫자 1의 신비’에 대하여 읊은 시 한 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대가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면, 나는 그대를 내 품에 안으리 / 그러나 만약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우리 둘은 하나가 되리 / 그리고 우리 둘이 하나가 되면 / 우리에게 영원히 이별은 없으리 / 우리 둘 사이에는 오로지 황홀한 기다림만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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