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한 번 해보지 않고 나라를 들어 신라 조정에 바친 남정네들을 원망했던 신모(神母)는 자신을 따르는 식솔과 신하들을 이끌고 떠남으로서 모계(母系) 사회였던 권위를 지키고, 언제 닥칠지 모를 숙청을 차단하고자 했다.
선단이라고 해야 뗏목의 수준이었고, 조류를 따라 하루 만에 당도한 지점은 대마도의 중간 부근인 미네 현 갯가였다.
신모는 자신의 여동생이 만삭의 상태로 뱃길에 시달리다가 산통으로 숨지자 돌무덤을 만들고 사당을 지어 그 족적을 남겼다. 지금 와다즈미 신사로 불리는 이곳에는 현 일본 천황이 자신의 조상 할머니가 당도한 곳으로 기념비를 세워 놓았고, 산통으로 숨진 돌무덤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주변을 살아 온 일본인들은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희석시키느라 '신화(神話)의 마을'이라는 팻말을 세우고 신화의 내용을 바다 용궁의 이야기로 만들어내었다.
요즘 수많은 관광객과 낚시꾼, 등산객들이 대마도를 드나든다. 필자가 오래 전에 찾은 대마도의 한국 왕래 객이 불과 몇 만이었던 것이 지금은 수 십 만에 이르고 불편한 교통과 숙식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자연보존이 되어있는 이 섬을 한국인들은 즐겨 찾고 있다.
대마도를 처음 방문하거나 다녀온 사람들은 대마도가 한국 땅이라는 주장을 서슴치 않는다. 왜 한국 땅이냐고 물으면 딱 부러지는 역사적 근거나 물증이 없지만 우선 일본보다는 우리 영토에 가깝다거나 조선 초기의 정복 사례들을 들어 우리 영토가 아니겠냐고들 한다.
영토분쟁의 수준이라면 오늘날 영토분쟁의 양상이 실효적 지배권이 우선인 처지라서 딱히 여부를 가리기 어렵겠지만 필자를 비롯한 누구라도 미련은 여전한 곳이다.
그러나 대마도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과제가 하나 있다. 보존할 것을 제대로 보존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그들은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 거제도의 1.7배를 가진 시역이고, 인구는 5분의1에 불과한 이 섬에 최근에 일어났던 절도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랜 역사적 보물들이 고스란히 숨겨져 있다.
대마도는 그래서 한일역사에 있어 울타리 같은 존재다. 현해탄의 거센 물살은 영토라는 선을 만들고 교차하지만 마치 우리 변방의 울타리처럼 지키고 서서 수 천 년 수난과 교류로 점철된 대한해협의 고증을 지닌 섬이다.
그들은 양국 어느 쪽에도 긴밀한 메시지를 밀쳐두고 한가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맑은 물, 신선한 공기, 잘 보존된 숲과 민심으로 최적의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다.
낭만이 물씬한 이즈하라의 선술집과 우리 선조들의 통신사절로가 잘 정리된 역사코스와 아직 빗장을 열지 않는 숨겨 진 장물들이 궁금증을 더하게 하는 이곳에서 필자는 서쪽으로 빤히 보이는 거제와 부산을 바라본 적이 많았다.
지나치게 붐비고 살벌해진 일상과, 오염되고 난개발 된 환경을 잠시 벗어 나 바라보는 촌각의 여유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행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무례와 당연히 지녀야 할 생활의 가치들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그런 대마도가 지금 경계의 눈초리를 비벼댄다고 한다. 준비되지 않은 역사성의 시비나 무분별한 레저와 유흥의식으로 그들의 잘 정제된 생활과 정서를 흐트려 놓는다는 볼 멘 소리가 생겨난다는 귀뜸이다.
그 옛날 대마도주를 비롯해 지금의 시행정을 맡고 있는 관리들이나 의회의 구성원들은 물론 파견된 자위대의 정보망들이 방문객을 살피기 시작한다면 한동안 순수하고도 자연스러웠던 교류와 유대가 변질될 소지가 생길 것이다. 지금 국내에는 해상 장보고의 족적을 바탕으로 아시아 실크로드의 가치를 재개발하고 동서문명의 교류사를 단지 중국과 유럽뿐이라고 인식했던 지도를 바꾸려 하고 있다.
경주와 완도가 부상하고, 그런 역사권의 축을 따라 로드맵을 그리는 세월의 이면에는 언제부터 거대한 기지개를 펴는 대한해협의 거센 조류를 빠트려서는 안 될 일이다. 이 과제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올바른 향토의 역사를 연구하고 복원하여 단지 오랜 갈등의 바다를 경계로 바라 볼 대상이 아닌,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거점으로서 이 대한해협의 가치를 되살리는 작업들이 하나씩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것만이 단지 이웃 지역이나 경계를 대립이나 갈등의 대상만으로 보는 편협에서 벗어 나 문화의 올바른 가치와 미래를 공유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