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좋은 냉면이 여기 있소"
"맛좋은 냉면이 여기 있소"
  • 이미경 인턴기자
  • 승인 2013.0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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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식비빔냉면으로 어머니 이어 아들이 가게운영
조미료 쓰지 않은 7가지 재료로 손수 양념장 개발

"냉면 냉면 맛좋은 냉면이오~ 물냉면 불냉면에 비빔냉면 회냉면~ 맛좋은 냉면이 여기 있소."

1980년대 발매된 강병철과 삼태기의 노래구절 중 한 소절이다. 이처럼 냉면은 예로부터 노래로 불릴 만큼 사람들이 즐겨찾는 음식 중 하나다. 무더운 여름에 냉면 한 젓가락만 먹으면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고,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입맛 돋우는데 이만한 음식이 없다.

장승포 신부시장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일본식 건물의 '할매 함흥냉면(대표 이승표)'이 보인다. 일본식 전통건물에 실내는 각 방마다 시원한 댓마루가 있어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2층 홀은 일본식 다다미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여름이면 자리가 없어 못 앉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집의 특미는 흔히 비빔냉면이라고 불리는 함흥냉면이다. 냉면하면 '물냉면'인 평양냉면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이 가게의 손님은 70%가 평양냉면보다 함흥냉면을 찾는다고. 냉면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동안은 제공되는 따듯한 냉면육수를 마시면 더욱 냉면의 맛이 궁금해진다.

이승표 대표는 "조미료를 쓰지 않는 100% 정성"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평양냉면의 육수는 한우 사골과 야채, 팔각, 계피 등 16가지 재료를 넣고 12시간을 푹 고아 직접 만든다. 육수를 끓이는 들통이 식당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어 손님들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차가운 육수도 끓인 육수에 얼음을 넣는 방법을 쓰지 않고 육수자체를 얼려 만들기 때문에 국물의 깊은 맛이 그대로 살아난다. 이 가게 별미인 함흥냉면 또한 양념장에 조미료를 쓰지 않은 7가지의 재료를 이용해 손수 개발됐다.

면도 고구마전분과 메밀을 9대 1비율로 섞은 반죽을 수타로 뽑아내 특유의 쫄깃함을 더하고 있다. 이 환상적인 두 가지 조합에 고명 수육까지 얹히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맛'이라는 평이 절로 나온다.

이 대표는 "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자칫 색다른 맛을 느끼지만 조미료를 쓰지 않는 사람들은 한 젓가락만 먹고도 조미료가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단번에 안다"며 "건강과 맛을 함께 책임지는 것이 우리 가게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고향이 함경남도 함흥인 이 대표는 1951년 흥남철수작전으로 어머니, 4형제들과 함께 거제로 오게 됐다고 한다. 그 후 장승포에 정착하면서 이 대표의 어머니는 냉면가게를 운영하며 4형제 모두를 대학에 보냈다고.

4형제 중 막내인 이 대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아 아내와 함께 가게를 운영한지 20여 년이 됐다.

"가게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어머니처럼 이 가게를 운영하며 제 두 아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냈을 때"라며 "이 가게는 어머가 주신 소중한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있다. 해당 가게는 일제강점기에 생겨나 병원으로 이용됐던 건물이라 추운 겨울이면 난방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1년 중 가장 추운 11월에서 2월이면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고. 또 여름이면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아 건물특성상 인원을 다 수용하지 못한다는 점도 고민 중 하나다.

이 대표는 "그래도 단골손님들 사이에선 이미 소문이 나 알아서 그 시기를 피해 방문해 준다"며 미소 지었다.

이 가게에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외에 수육과 가오리회무침을 메뉴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냉면만을 자부하는 이 대표는 더운 날이든 쌀쌀한 날이든 오직 냉면만을 주메뉴로 고집한다. 그래서 이 가게의 손님 중 냉면을 맛본 사람들은 발길을 쉽게 끊질 못한다고.

햇볕이 따스해지는 4월. 여름이 다가오기 전 입맛이 없어 '쌈박한' 음식이 그리울 땐 할매 함흥냉면을 찾아 시원하고 맛있는 냉면을 한 그릇 맛보고 화사한 꽃구경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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