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구조와 노 7개는 역사 문헌 그 어디에도 없는 짝퉁으로 관광자원 활용하면 안 돼
세금 낭비에 옥포대첩 자존심 망가뜨리는 창피한 일…개선 위한 관계 기관 조치 필요


거북선 첫 출전지는 '옥포해전'
필자는 지난 2005년 7월20일자 국방일보에 '거북선 첫 출전은 옥포해전'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바 있다. 그때까지 임진왜란에 관한 대부분의 글들은 이순신의 2차 출전 때 거북선이 처음 출전한 것으로 돼 있었다. 당포승첩을 아뢰는 계본(啓本)에 "이번 출전 때 돌격대장이 거북선을 타고 나왔습니다"라고 한 기록 때문에 옥포해전 시 거북선이 출전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옥포해전 시 거북선이 출전한 근거로 난중일기 임진년 음력 3월27일(이하 날짜는 음력)에 거북선에서 함포 시험발사, 4월12일에 거북선에 설치한 지자(地字)·현자(玄字) 포를 발사하는 등 거북선은 언제든지 출전할 준비가 돼있었다.
이순신의 '구원하러 출전하는 일을 아뢰는 계본(임진년 4월27일)'에 "왜적의 전선 척수가 500여 척 이상이라 하므로 우리의 위세를 불가불 엄하게 갖추어 엄습할 모습을 보여서 적으로 하여금 겁내고 떨도록 해야 하겠습니다"라는 구절에서 보듯, 이순신은 열세한 함대세력(전선 25척·협선 15척)을 과장하기 위해 포작선(鮑作船·어선) 46척을 뒤따르게 했다.
이렇게 어선까지 동원해 조선함대의 위용(威容)을 과시(誇示)해야 하는 마당에 출전준비가 완료된 거북선을 남겨두고 출전할 리가 없다.
함대편성을 보면 중위장에 방답첨사 이순신(李純信), 돌격장에 본영군관 이언량 등 예하장수 열두 명을 배정하고 전라좌수영 방어책임자로 우후(참모장 격) 이몽구를 유진장(留鎭將)으로 임명해 거북선이 전라좌수영 여수에 남아 있었다는 기록은 없다.
옥포승첩 계본에 "적도(賊徒)들은 모두 포구에 들어가 분탕해 연기가 온 산을 가렸는데 우리의 군선을 돌아보고는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 제각기 분주히 배를 타고 아우성치며 바다 중앙으로 나오지 못하고 기슭으로만 배를 몰고 있었으며…"라고 기록된 해전실황은 분탕질에 여념이 없었던 왜군은 조선함대와 대적하기 보다는 도망가기에 바빠 거북선은 돌격선의 역할을 할 필요가 없었다.
즉 조선함대는 바로 왜선을 각개 격파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거북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돌격장(거북선 선장(船將) 이언량도 왜군 대선(大船) 1척을 당파하는 전과를 거두고 있다.
참전한 조선전선의 척수도 1차 옥포해전 25척, 2차 당포해전 24척(1척은 옥포해전 승전결과 보고차 평양 행재소(行在所)로 가 참전치 못함)으로 전선 척수에 변함이 없다는 것은 옥포해전시 거북선이 출전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거제의 3층 거북선의 문제점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1592년형 군선원형복원사업 계획에 따라 지난 2011년 6월 충남 서천 금강중공업에서 거북선과 판옥선 각 1척이 진수식을 가졌다. 건조비 40여 억원을 투입해 승선체험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예정으로, 거북선은 거제 지세포에, 판옥선은 통영 문화마당 해상에 각각 전시됐다.
하지만 지세포 거북선은 10여 명만 승선해도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등 무게중심이 상부에 있으므로 안정성이 전혀없어 결국 지세포 조선해양박물관 부지 육상에 거치돼 있다.
그런데 지난 1월30일, 이번에는 충남 서천 군장조선소에서 건조된 거북선이 옥포항에 입항했다는 것이다. 이번 거북선은 주요 재원과 외형이 지세포 거북선과 비슷하고 좌·우현에 각각 7개의 노가 있고 무게는 122톤이며 총 7억4500만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지세포 거북선이 '짝퉁' 논란에 휘말려 건조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결과 건조회사가 계약금 7억여원을 경남개발공사에 넘겨주고, 개발공사는 거북선과 판옥선을 인수하라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한지가 불과 몇 개월 전인데 또다시 3층 구조에 노가 7개인 짝퉁 거북선을 건조한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1795년 정조대왕의 지시로 조선 조정에서 발간한 '이충무공전서'에 "통제영 거북선은 노가 좌·우에 각각 10개이고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좌·우에 노가 각각 8개씩이다"고 기록돼 있는데 노가 7개인 거북선은 그 어떤 사료(史料)에도 없는 괴물일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귀중한 역사자료를 서로가 공유해도 부족할 텐데 지세포 거북선은 충남 서천 금강중공업에서, 통영의 통제영 및 전라좌수영 거북선은 통영시 너와나 조선소에서, 이번 옥포 거북선은 충남 서천 군장조선소에서 건조한 것으로 돼있다.
거제시와 통영시는 바로 이웃인데 상호 정보교류를 밀접히 해도 모자랄 판에 혹시 건조자문위원들이 각각 다른 사람으로 구성돼 학자들 간에 양보를 하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건조비용도 척당 7억5000여만원, 25억원과 20여억원 등 제각각이다.
국민의 세금이 아니고 개인의 재산이었다면 이렇게 엉망으로 처리했을까?
필자는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라를 크게 구제(巨濟)한 옥포대첩(玉浦大捷)의 자존심을 망가뜨린데 대해 말할 수 없는 창피함을 느낀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이 7개의 노를 가진 거북선이 있었는가 하고 질문하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그리고 100여톤이나 되는 전선을 바다 위에 띄워 놓으면 연간 몇 천만원에서 억대의 유지비가 소요 될 텐데 과연 그만한 국민의 세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가? 관계기관에서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