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수선화가 무리지어 인사하는 신들의 정원 공곶이
노오란 수선화가 무리지어 인사하는 신들의 정원 공곶이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3.0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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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을 이야기할 때 여기를 언급하는 것은 거제시민들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지인들도 봄에 일부러 이곳을 찾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바로 공곶이다. 앞서 언급한 두 곳이 거제시민들만 알 수 있는 곳이라면 공곶이는 거제를 넘어 전국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곳이다.

봄을 이야기 하면서 이곳을 빼놓기에는 아쉽다. 물론 지심도·외도 등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곳은 섬속의 섬이기 때문에 일부러 제외했다. 따로 시간을 정하지 않으면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금산과 양지암 조각공원 일대, 그리고 공곶이는 굳이 계획을 세우지 않고도 찾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공곶이는 봄이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수선화로 대표되는 곳이지만 동백꽃과 정감이 묻어나는 돌담길도 봄의 정취를 더한다.

예구마을에서 공곶이로 가려면 언덕을 하나 넘어야 한다. 길지 않지만 가파른 언덕이 걷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경치를 맛보기 위해서는 그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지난 3월말 공곶이로 가기 위해 오르는 언덕 한 편에서 이전에 보지못한 재미있는 그림을 발견했다. 붓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다. 꽃으로 그린 그림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백꽃은 꽃비(花雨)가 아니라 낙화(洛花)임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동백꽃으로 하트모양 그림을 그려놓은 것이다. 누가 그렸는지 알 수 없지만 기발한 착상이다. 분명 그림을 그린 사람은 연인끼리 왔을 것이다. 공곶이에 들어서기 전부터 기대감을 갖게 하는 그림이었다.

동백꽃으로 시작된 공곶이행은 동백꽃으로 장식된 터널을 지나야 한다. 공곶이만이 가진 자랑거리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계단 양쪽을 뒤덮은 동백은 마치 선계로 들어서는 관문처럼 느껴진다.

그 양 옆으로 조성된 밭에는 수선화와 종려나무 등 갖가지 꽃과 나무들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사람의 발길을 붙잡다 보니 강창학 씨 부부가 살고 있는 몽돌해변까지 가는 시간은 더딜 수밖에 없다.

부부끼리, 연인끼리, 때론 관광차로 날을 잡아 온 관광객들까지 공곶이를 찾는 사람들도 다양했다. 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감정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세상에나, 이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처음 이곳을 찾은 듯한 관광객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미 몇 번을 찾은 필자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도 관광객의 첫인상과 같았을 것이다. 강창학 부부의 피땀으로 조성된 공곶이는 사람이 했다면 사실 믿기 힘들다. 선경(仙境)에 가깝다.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선경을 대표하는 수선화는 때를 기다렸다는 듯 어김없이 피어 있었다. 노란 꽃잎을 피우고 서늘하게 부는 바람에 간간이 흔들리면서 그렇게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수선화가 핀 꽃밭을 둘러 싼 돌담은 꽃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액세서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 강 씨 부부가 사는 집 돌담과 그 앞 꽃밭에 핀 노란 수선화는 옛 정취를 떠올리게 했다. 정형화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도시를 장악하기 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의 피날레처럼 느껴졌다.

모든 길은 흙으로 채워져 있고 그 길을 지탱하는 담벼락은 돌로 만들어진 곳. 눈길 닿는 곳마다 수선화, 동백꽃, 설유화 등 꽃들이 반기는 곳이 공곶이였다. 탁 트인 바다가 있고 또 육지를 그리워하는 섬(내도)이 바로 그 앞에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늘 봄이면 그래왔던 것처럼 주말이 되면 고요하던 별유천지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공곶이가 가진 운명일지 모른다. 봄을 택해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한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준비한 수선화와 동백꽃이 지고나면 신들의 세상은 다시 고요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신들이 허락한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수선화와 동백꽃 등을 만나보러 공곶이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또 산화공덕(散花功德)의 미를 느낄 수 있는 대금산 진달래와 바다와 꽃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의 양지암 조각공원 일대의 해안로도.

꽃과 함께 절정으로 치닫는 거제의 봄을 느낄 수 있도록 주말은 가족을 위해 시간을 비워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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