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엔/그렇게/토라져 있더니∥말도 않고/그렇게/토라져 있더니∥아침엔/웃는다. /활짝 웃는다. ∥ 어느 날/내 짝꿍처럼」
1986년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은 동시집 '구름 속에 비치는 하늘'에 실린 작품으로 글자 한 자 틀리지 않고 그대로 베꼈다.
대상은 당연히 취소되었다. 사전에 보면 '표절'을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 남의 작품의 일부를 자기 것인 양 몰래 따다 쓰는 것'이라 했고, 북한에서는 '도적글'이라고 한다.
미국의 비평가 윌리암 하웰즈에게 한 문학청년이 시를 평가 받고 싶다며 찾아왔다. "이거, 놀랍군, 자네 작품인가?" 하고 하웰즈가 물었다. "네, 모두 제가 쓴 작품입니다." 그때 하웰즈는 벌떡 일어나서 "반갑습니다. 바이런 선생,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 계셨군요." 바이런은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인데 그 청년의 시는 바로 바이런의 시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대한민국을 표절공화국이라 비아냥거리고 있다.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사회지도층 인사, 서울대학교 교수, 대학총장, 목사, 체육인, 방송의 스타강사, 연예인까지 줄줄이 표절에 발목 잡혀있다. 비리의 4대 필수과목이던 '병역특혜, 탈세, 다운계약서, 위장전입'에 '논문표절'이 더해졌다.
외국에서는 논문표절이 밝혀지면 즉시 퇴출당하지만 우리는 그게 뭐 대수냐는 듯이 뭉개고 버티기 일쑨데 배우 김혜수는 달랐다. 그녀는 변명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고 학위를 반납하겠다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쿨하고 멋지다고 말한다. 거의 같은 시기에 표절의혹의 대상이 된 김미화는 부인하다가, 김미경은 변명하다가 여론만 더 악화시킨 것과는 위기대응 방식이 달랐다.
사과는 신속하게, 약속은 신중하게 하라는 교훈을 일깨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