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드라마에서 나왔던 "똑 사세요~"라는 유행어를 누구나 한 번쯤 따라해 봤을 것이다. 그만큼 떡은 오랜 전통을 지닌 음식이며 남녀노소 모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떡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네 제사·명절·돌잔치 등 대표적인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햅쌀과 멥쌀로 반죽한 떡에 팥 또는 콩고물을 넣은 송편이나 쫀득한 찹쌀에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는 없던 식욕을 돌아오게 하는데 그만이다.
기자도 어렸을 적 '떡순이'라고 불렸을 만큼 떡을 좋아해 울다가도 눈물을 뚝 그쳤을 정도였다. 지금도 그 떡 덕분(?)에 다이어트 결심이 작심삼일로 무너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거제면 거제종합시장 안을 걷다보면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가게를 만날 수 있다. 겉으로는 조그맣고 허름해 보이지만 최대한 전통의 맛을 살리려는 바로 '시장 떡 방앗간 (대표 이영태)'이 그곳이다.
송편 모듬떡 무지개떡 경단 인절미 절편 베비떡 등 35가지의 떡종류를 판매하는 이곳은 무엇보다 '주문 떡'이 인기가 최고란다.
대체로 쌀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가게에 부탁하는 손님도 있지만 지역특성상 농사를 짓는 손님들이 직접 쌀을 불려와 원하는 종류의 떡을 주문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한다. 쑥이 제철인 요즘은 쑥떡이나 쑥절편, 쑥인절미 등이 인기만점이다.
주인 이 씨는 21년전 처음 이 자리에서 떡집을 개업했다. 5년간을 혼자서 해오다 16년 전 아내 박소행 씨와 결혼해 지금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미 거제에서는 '떡 잘하기로 소문난 집'으로 알려져 거제면민들 외에도 다른 지역의 단골이 줄을 섰다.
그래서 이 씨 부부는 예상치 못한 손님들이 "떡이 정말 맛있어요"라고 말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이 가게만의 맛의 비법은 '재래식 방식'에 있다. 이 씨는 "요즘 떡집들 대부분이 떡 반죽을 기계로 찍어내거나 속에 들어가는 고물도 사다가 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게는 100% 우리 가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번거로운 베비떡의 피를 기계를 이용해 찍어내지 않고 손으로 직접 반죽해 탱탱함을 더하고 소주 컵으로 모양을 일일이 찍어내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베비떡 속에 들어가는 팥도 매번 가게가 마치는 시간이면 가마솥에 푹 삶아 직접 빻아 만드는 것이 이 집만의 비결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생산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뒤따르기도 한다고. 그러나 역시 '손맛이 제 맛'이라는 말이 있듯이 준비부터 완성까지 주인 부부의 손이 닿은 베비떡은 쫀득한 식감도 맛도 기계로 만드는 여느 떡집과는 달랐다. 그들은 "우리 가게는 주문떡이 대부분이라 문 여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른 시간 주문이 밀리면 새벽 3~4시에도 불 켜진 가게를 볼 수도 있다고.
더구나 4일, 9일 거제종합시장에 장이 들어서는 날이나 추수를 하는 가을이 되면 쉴 새 없이 쌀을 이고 맛있는 떡을 주문하는 손님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이 씨 부부는 "비록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부인 박 씨는 인터뷰 내내 떡을 싸주겠다며 베비떡과 절편을 내밀었다.
"줄 건 많이 없지만 이거라도 가져가세요"하며 혼자서는 먹기 버거울 떡을 싸줬다. 한사코 거부해도 우리 가게 떡 맛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내밀었다.
떡만큼 인심도 풍성했던 이 씨 부부의 정을 한아름 안고 돌아와서 그런지 그 집의 떡 맛이 더욱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