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아주당 두꺼비
은혜 갚은 아주당 두꺼비
  • 거제신문
  • 승인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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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시민리포터

대우조선소가 들어오기 전에 아주동 해안에 우뚝 솟은 당등산이 있었다. 산 주위에 조선시대 성이 있었고, 성안에 아주당집이 있고 옥포대첩 기념탑과 옥포정이 있었다. 아주당집에는 젊은 여인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여신상(女神像)을 모시고 오월 단오날 당제를 지냈다. 이 당집에 있는 여신상에 대한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아주는 신라 경덕왕 때 거제군의 속현이었던 아주현이었다. 아주현에 현령이 부임해 와서 동헌에서 자고나면 죽었다. 부임해 오는 현령마다 죽기 때문에 아무도 아주현령으로 오기를 싫어한다.

함양 산천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가 벼슬이 탐이 나서 아주 현령으로 가기를 원했다. 평생 농사를 짓던 농부가 소원을 이뤄 아주현령으로 부임을 했으나 동헌의 숙소에 들어가서 자면 죽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자기 대신 하룻밤 잘 수 있는 사람을 물색했다. 하룻밤 자는 대가로 벼 두 섬을 주기로 했다. 그 소식을 들은 가난한 처녀가 동헌의 원님 방에서 하룻밤 자기를 원했다. 그 처녀가 원님이 거처하던 방에서 사방에 촛불을 켜 놓고 하룻밤을 지내는데 밤중이 됐을 때 창문을 긁는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큰 두꺼비가 한 마리 와 있었다.

그 두꺼비는 처녀가 남의 집 부엌에서 일을 할 때 밥을 한 숟가락 떠먹여 키웠던 두꺼비였다. 혼자 외로울 때 찾아온 두꺼비가 너무나 반가워서 등을 쓰다듬어 줬다. 두꺼비는 반갑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처녀를 방 밖으로 끌고 나갔다. 처녀는 영문도 모르고 두꺼비가 하는 대로 따라 나갔다. 두꺼비는 처녀를 대청마루 아래로 밀어놓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방에서 번갯불 같은 불빛이 일어나면서 큰 지네와 싸움이 벌어졌다. 그 광경이 너무 무서워 처녀는 마루 밑에서 기절을 했다가 아침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기둥처럼 굵은 지네와 두꺼비가 죽어 있었다.

날이 밝자 현령과 주민들은 처녀가 죽었을 것이라며 초상 칠 준비를 하고 동헌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죽었을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은 살아있는 처녀를 보고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처녀는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을 말하고 지네와 두꺼비가 죽어있는 방문을 열어 보였다. 그때서야 지금까지 죽었던 현령들은 이 지네 때문이었구나 하고 안심하게 됐다.

먹고 살기 어려울 때 처녀가 밥을 주면서 목숨을 살려준 두꺼비가 처녀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 지네와 싸워 죽은 것이다.

그 후부터 이 산에 당집을 지어 처녀와 두꺼비를 모시고 매년 제사를 지냈다. 그때부터 이 산을 당등산이라 부르기도 하고 또는 거북이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사람을 구해 주면 악문을 하는데 짐승을 구해주면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고 하는 전설이다.

대우조선소가 들어오기 전에 이 산에 옥포대첩기념탑이 있었다. 매년 5월 7일 이곳에서 옥포대첩 기념제를 지냈다. 산 정상에는 우물이 있고, 텃밭이 있었다.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이곳에 대우조선소가 들어오면서 외국인을 유치할 수 있는 호텔을 짓기로 했으나 매립에 필요한 흙이 부족해 이 산을 헐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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