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盜賊)
도둑(盜賊)
  • 거제신문
  • 승인 201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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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장자(莊子)가 말한다.

"도둑을 막기 위해서는 노끈으로 잡아매거나 빗장이나 자물쇠를 단단히 채우면 된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지혜라는 것이다. 그러나 큰 도둑은 궤짝을 지고 상자를 메고 달아나면서 오히려 노끈이나 자물쇠가 실하게 잠겨 있지 않을까봐 걱정한다.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지혜 있는 사람이란 큰 도둑을 위하여 준비해주는 사람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 춘추시대의 전설적인 도둑 '도척(盜 )'의 무리 중의 하나가 도척에게 "우리 같은 도둑에게도 도(道)가 있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도척이 대답한다.

"큰 도둑에게는 다섯 가지의 도가 있다. 먼저 방안 어디에 값진 물건이 있는지를 단번에 아는 것을 성(聖)이라 하고, 물건을 훔칠 때 앞장서는 것은 용(勇)이고,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것은 의(義)라 한다. 또 그날의 운수나 상황을 잘 판단하여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지(智)고, 훔친 물건을 공평하게 잘 나눠 주는 것을 인(仁)이라 한다."

인구 백만 정도인 인도 고라후풀주의 지사 바바사힙은 인품이 뛰어나 주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받고 있었다. 낮에는 맡은바 정무에 충실하지만 밤이 되면 강도단의 수령으로 돌변하여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부잣집을 습격하여 재산을 강탈했다. 더욱 재미난 일은 주의 재정이 어려울 때 담보를 제공하고 돈을 빌렸는데 부하들을 시켜 그 담보물을 훔쳐온 일도 있었다. 이런 그의 이중생활은 그가 죽을 때까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1982년에 체포된 조세형이라는 도둑이 있었다. 부유층이나 권력층의 저택만 들어가 물건을 훔치고, 훔친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소문에'대도(大盜)'라는 별명 외도 '현대판 홍길동' '의적(義賊)'이라고까지 했다.

15년의 형기를 마치고 신앙에 귀의해 개과천선했다는 그가 이번에 아마추어 보다 못한 솜씨로 남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다가 또 잡혔다.

조세형은 대도가 아니라 그냥 도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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