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대로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볼펜이 고장나서"나 "의자가 불편해서" 등과 같이 내 탓보다 장비 탓으로 돌리는 것이 이기적이지만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이다.
이 책은 그럴 때 느끼는 나의 심정을 적절히 대변해준다. 객관적으로 정의하면 신경숙 작가가 한순간 느끼는 감정을 치유해주는 소품집이라고 해두자.
그렇다고 괴리감이 있는 먼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이다. 그런 이야기가 작가의 손을 통해 나에게 돌아와 또 다른 의미가 되고 평범한 줄 알았던 소박한 이야기가 밝고 경쾌한 리듬을 타고 스며들어 웃음 짓게 한다.
나 또한 그랬다. '학창시절 별명으로 친구를 기억한다'는 내용을 읽으며 책을 보며 웬만한 글귀에도 잘 웃지 않던 내가 참으로 통쾌하게 웃었던 것 같다. 쓴웃음이 아닌 마음속에서 우러난 행복한 웃음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경숙 작가는 평범한 것도 특별하게 풀어내는 언어의 마술사인 듯 하다.
이 밖에도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너무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하기 어렵고, 내 이야기를 비밀로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들.
아마 많은 신경숙 작가의 책을 읽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작가의 책 중에게 가장 명량하고 공감하는 작품일 거라고. 글을 보면 알 수 있듯 그가 이런 작품을 낸 것은 한순간의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 오래전부터 독자들을 위한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자기계발서와 같이 독자에게 자극을 주는 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 책과 같이 마치 나의 일기장을 한번 열어보는 듯 사소한 일상을 친근하게 보여주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힐링 도서'가 요즘 같은 세상에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