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에 대하여
역할에 대하여
  • 거제신문
  • 승인 2013.0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진국 칼럼위원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내가 탁구를 좋아하여 저녁에 자주 탁구장을 찾는데 게임을 하다보면 심판이 있으면 없는 것 보다 훨씬 좋다.

일단 심판이라는 관객이 한명 있으니 게임이 더 충실해지고 선수가 스코어를 매겨야 하는 불편이 없다.

그런데 심판이 자기가 할 일, 즉 공이 어디로 가는지 잘 보고 점수를 잘 매기면 되는데 가끔씩 게임하는 한쪽을 위하여 조언을 한다든지, 잘한다고 응원을 한다든지 등등의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심판 자신은 물론 좋은 의도에서 그 사람을 돕기 위해 하는 행위이지만 게임의 상대방은 크게 마음을 상하게 된다. 심판은 심판의 역할에 충실하면 되지 왜 한쪽을 위하여 코치가 되었다가 응원자가 되었다 하는가?  심판은 심판이 할 역할만 충실히 하고 조언은 코치나 상수가 하면 되고 응원은 관중이 하면 된다.

탁구 심판이 한쪽을 편들지는 않지만 딴 짓을 하는 것도 보기가 좋지는 않다. 즉 게임에 집중하지 않고 자기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다른 게임을 흘겨본다 등이 또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 아닌가.

바둑을 하다보면 가끔 작은 내기를 하기도 하는데 옆에서 보는 사람이 훈수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훈수 때문에 큰 싸움이 일어나 바둑판이 뒤집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한 프로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입도 벙긋 하지 말라" 참으로 좋은 말이고 오랜 경험에서 나온 명언이라.

그런데 바둑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입이 근질근질 하여 참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그리고 바둑이 다 끝나면 이야기 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즉 바둑이라는 관전자는 그 역할에 충실하여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우리가 올림픽 게임을 보다가 가장 분노하고 안타까운 경우는 언제인가?

심판이 편파적일 때가 아닌가? 지난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우리는 심판의 편파판정에 얼마나 눈물을 삼켰는가? 이건 심판이 심판답지 못하고 한쪽을 편든다든지 응원한다든지 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국민적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심판의 오심 한 번에 게임이 뒤집어지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물론 심판도 사람인지라 정확한 판정을 내리지 못할 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를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선수들의 경기력이 아닌 심판 판정이라고 한다면 어느 한 쪽에 유리한 판정을 하는 일은 금기시 돼야 한다.

판사가 재판을 하면서 판결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한쪽 편을 들어서 편파적인 언행을 한다면 그 재판의 상대편은 얼마나 분노하는가?

변호사 생활 20여년을 하다 보니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다. 기본적으로 남의 일을 대신 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그러할진대 소송을 하는 당사자 즉 원피고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개미 사회에서도 일개미 전투개미 여왕개미 등의 역할 분담이 확실한데 만일 일개미가 전투개미 역할을 하려고 든다, 전투개미가 여왕 역할을 하려고 든다면 과연 그 개미 집단이 잘될까? 

물론 축구에서처럼 가끔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멀티 플레이어도 필요하지만 그것도 필요한 경우는 한정적이고 엄격한 역할 분담이 필요한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또 한편 그 멀티플레이어도 따지고 보면 '멀티플레이어' 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역할을, 공무원은 공무원의 역할을, 기업인은 기업인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또한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아버지의, 어머니가 어머니의, 자녀가 자녀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