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 년전부터 한 곳에 자리지켜…한복살리기운동 지원 부탁
예로부터 미인(美人)의 조건은 '맵시가 고운 여자'라는 말이 있다. 옷을 입었을 때 밖으로 드러나는 자태, 즉 선(線)이 고와야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맵시가 미인의 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전통 의상인 한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현대화에 따른 다양한 문물의 도입으로 옷차림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하면서 일상에서 한복을 입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한복이 명절 혹은 결혼식 등 전통적인 행사에만 입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행사 때마저도 한복을 입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면서 한복을 입은 사람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하지만 이런 세태 속에서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한복 천지가 있다. 고현종합시장 2층에 가면 예쁜 한복이 진열된 한복집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이 '장미한복(대표 변정희)'이다.
알록달록 어린아이 색동옷부터 여성한복과 남성한복이 일렬로 줄지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가게에서는 전통한복부터 젊은 세대들이 입을 수 있는 맞춤한복, 전통한복의 불편함을 개선한 개량한복 등 다양한 종류와 색상의 한복들을 찾아볼 수 있다. 고운 빛깔의 한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새색시가 된 것처럼 설레는 기분마저 든다. 변 대표는 35년 전부터 친정 어머니가 운영하던 한복가게를 10년 전 물려받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변 대표의 어머니는 거제에서 직접 한복을 만들며 가게운영에 힘써왔다. 고현종합시장이 생기기 이전에는 다른 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현재의 이 곳에 머물게 되었다고.
초기에는 홍보차원에서 광고와 홈페이지 운영도 했지만 최근에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홍보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 실용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복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구입하는 한복'보다 '특별한 날에 대여해서 입는 한복'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한복대여점으로 전환했다. 변 대표는 "지금은 한복 대여점이 많아졌지만 제가 거제에서는 한복대여점을 처음으로 실시했다"며 "지금은 혼주나 일반 사람들 외에 신부도 한복을 대여해 입는 경우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대여료는 5만원에서부터 18만원까지.
오랜 기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니 단골손님들은 행사가 있을 때면 항상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그는 "단골 손님들이 떡을 사들고 방문해 '한복이 정말 곱다', '예쁘게 잘 입었다'고 칭찬을 해줄 때 내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거가대교가 생겨 부산으로 가는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더 싸고 다양한 한복집이 있는 부산진시장 등으로 많이 나간다는 것.
그는 "우리 한복집을 홍보하기 전에 우선 고현종합시장 2층에도 가게가 있다는 것을 거제시민들에게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줄어들고 있는데 1층은 장 보러 온 손님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비해 2층은 올라가는 입구조차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오래전부터 한복집을 운영하던 사람들이 가게가 대물림 되지 않아 문을 닫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며 "앞으로 명절 때만이라도 한복입기 운동을 실시해 한복의 전통을 살리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옛날 조상들의 지혜와 한이 담겨 있는 위대한 유산 한복.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이 아직 있기에 전통을 되살릴 희망도 남아있다. 옷장을 열어 그동안 소홀히 대했던 한복을 꺼내 입어보고 한복을 입어야 할 때만이라도 한복입기를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