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돔·광어 등 일반 어종에서 참다랑어·다금바리 등 고급어종도 양식에 성공
사방이 모두 바다인 거제는 섬지역의 특성상 어업이 가장 오래된 고유의 산업이다. 거제는 이미 100년 전에 전국 최초의 수산업협동조합이 만들어졌던 곳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수협효시공원을 조성 중에 있다.
이처럼 수산업과 관련 높은 위상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산업이 번성하면서 대외적으로 조선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산업은 여전히 거제경제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어류양식은 향후 식량산업으로서 그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영세한 어민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양식장이 많아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양식어민들은 막대한 빚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양식어민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서의 위상확립의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또 일본의 선진사례를 통해 거제의 어류양식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어류양식이 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들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체계적 관리시스템의 개발, 판로확보, 마케팅, 새로운 기술의 확보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개발(R&D) 등. 일반산업에서 적용되는 요소들이 어류양식에도 접목될 때 비로소 어류양식도 산업의 한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안정적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훨씬 먼저 어류양식에 도전한 일본의 산업화는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우선 국민들이 생선을 좋아하고 일상적으로 생선을 먹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 충분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또 지형적 조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어류양식에 적합하다. 이처럼 유리한 외적조건과 함께 한 가지 요소가 더 결합돼 일본은 어류양식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 바로 어류양식을 산업화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일본 어류양식의 선구자 긴키대학
일본에서 어류양식이 시작된 것은 100년이 넘는다. 한국에 비해 60~70년이나 많은 역사를 가졌다. 긴 역사만큼 많은 연구가 이뤄져 다양한 어종에 대한 양식시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한국도 짧은 역사에 비해 괄목상대할 만한 기술적 진보를 이뤘지만 일본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일본의 어류양식 기술발전을 논할 때 긴키(近畿)대학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산 관련 학과가 위치한 와카야마현(縣) 시라하마는 일본 근대양식의 발상지나 마찬가지이다.
이 대학의 자랑인 시라하마수산연구소가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으며 연구소 바로 앞에는 일본 근대양식시험장이 자리잡고 있다. 시라하마연구소를 거점으로 서사미, 구시모토, 우라까미, 신쿠 등에 수산시험장이 있다.
서사미 수산시험장은 종묘생산 본부로 긴키대학에서 연구한 어종의 종묘를 생산해 일본 각지의 양식어가에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구시모토·우라까미 수산시험장에서는 종묘생산과 함께 최고급 어종으로 분류되는 참다랑어 양식을 하고 있다.
긴키대학을 통해 양식에 성공한 어류는 수십 종에 달하며 서로 다른 종의 교배를 통해 양식에 적합한 새로운 어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건강한 종묘 생산을 위해 친어(어미)관리의 중요성을 처음 인식한 곳도 긴키대학이다.
체계적 친어관리를 통해 꾸준히 계통을 관리하고 이를 발판으로 우수한 개체만 선발하는 선발육종이라는 개념을 정착시켰다. 시라하마수산연구소에서 개발한 양식어종은 현재 우리가 대부분 즐기는 어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류양식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도 전인 1967년 '광어'를 완전양식하는 기술이 일본에서는 이미 도입됐다. 완전양식은 양식을 통해 생산된 어미를 통해 생산된 치어로 양식하는 것을 말한다.
광어를 포함해 이 연구소가 완전양식에 성공한 어종은 돌돔(67년), 방어(68년)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어종과 함께 국내에서 최고급 어종으로 분류되는 붉바리(76년), 다금바리(88년) 등도 양식에 성공했다. 또 육종연구를 통해 돌돔과 범돔의 우수한 형질만을 골라 양식에 적합하도록 돌범돔을 1970년에 개발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이 연구소에서 참다랑어(일명 참치)의 완전양식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1979년 참다랑어 치어 생산에 성공한 시라하마수산연구소는 2008년 10월 참다랑어 완전양식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일본 문부과학성 글로벌COE프로그램의 일환으로 5년간 정부지원금을 통해 진행된 이 연구는 구마이 교수를 연구총괄책임자로 하고 시라하마수산연구소의 무라다 교수, 미야시타 교수, 다끼이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라다·미야시카 교수는 좁은 수조에서 충돌사나 부상사 등으로 양식을 어렵게 하던 부분을 극복하고 완전양식의 길을 열었다.
이처럼 양식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던 고급어종의 양식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 연구소를 비롯한 일본 전역에 산재한 연구소들의 끊임없는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시모토에 자리잡은 와카야마수산시험장은 양식어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근 해삼 송어 가다랑어 해초 등의 양식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양식되고 있는 참돔에 대한 수요감소로 인한 가격하락에 고심하던 어가들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어종에 대한 양식기술 확보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해삼의 경우 중화요리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이 높고, 중국에서의 수요가 계속 늘면서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또 가다랑어와 송어는 최근 일본인들의 식단에서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 어종이다.
이처럼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어종에 대한 어부들의 관심을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이 연구소는 현재 양식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와카야마수산시험장 고쿠보 토모요시 부장장은 "어민들이 새로운 어종양식의 필요성을 조합을 통해 행정에 요청하면 연구소에 바로 연락해 직접 어민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며 "또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새로운 연구과제를 공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2년 전부터 양식어가의 요청으로 가다랑어와 해삼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는 이 연구소는 어가들과 양식에 대한 지식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며 정기적인 토론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또 가다랑어의 경우 양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어민들이 자연에서 채집해 연구소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친어를 확보하고 있다. 고쿠보 부장장은 "연구소에서 어류양식을 연구하는 최종의 목적은 양식어민들이 많은 돈을 벌고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어민들과도 항상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처럼 일본은 어류양식 어가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 새로운 어종양식 기술확보에 주력함으로써 어류양식업을 안정적인 산업으로 정착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