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부터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야
지방에서부터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야
  • 거제신문
  • 승인 201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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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석 칼럼위원

▲이아석(남해안시대포럼) 의장
지난 보궐선거의 투표율을 보면 대체 이런 선거를 왜 해야하는지, 지방선거의 비용은 그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해괴한 행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지적해 왔듯이 지난 18대 국회가 이런 부질없고 비생산적인 주권행사를 개선하기 위해 보궐선거를 유발한 원인제공자의 비용부담에 관한 입법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생선 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식으로 결과는 뻔했고, 걸핏하면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또 다른 선거가 보궐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진다. 당연히 여기에 관한 비용은 모두 국민의 형세다.

언제부터 우리사회가 웬만한 이슈가 아니고는 결과와 원인 제공이나 결과에 책임을 묻지않는 막가파식 정치에 익숙해져 있고, 공인의식이라고는 좀체 보이지 않는 피선거권자들이 후보로 나서고 있는 풍토에, 당선이 무슨 벼슬아치라도 차지하는 듯 곡학아세 하는 무지한 정치인들로 해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가치를 잃고 말았다. 여기에는 여야가 멍군 장군이다.

지금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어 보겠다고 설치는 정당세력이나 개인의 주장을 들어보면 핑계는 늘 '국민'이고, 수단은  '아전인수'며, 결과는 '독식'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대선과 총선과 지방 선거들이 모두 이랬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내년이면 다시 치러질 지방선거가 일 년도 채 안남았다.

어느 지역할 것없이 벌써 후보군들이 거론되고 수군거리며 이전과 다름없는 배후설들이 흘러나오고 새로운 변화나 쇄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도 여야가 광역단체를 제외한 지방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를 실천한다면 그나마 지역정치의 새로운 쇄신을 모색할 명분이 생기겠지만 또 다시 지역 국회의원의 하수인처럼 공천을 거론하고 줄 세우기를 자처한다면 지방자치의 미래는 암울해 질 것이다.

보궐선거로 몇몇 인사들이 나름대로의 정계 개편의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선거제도와 정치구도를 그대로 둔 정치쇄신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환경 속에서 만약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당 공천 배제라도 이루어진다면 그 변화의 구도 못지않게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의회에 진출하려는 후보들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나름대로 변명이나 구실이 없지 않겠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는 한마디로 중앙정치의 들러리요, 줄 서기 정치의 폐습이었다.

공인의식이 결여된 후보들이 배후를 팔고 명예에 집착하는 한 진정한 지방자치의 가치는 구현되지 않는다. 누구나 선거철이면 온갖 저자세로 표를 구걸해 놓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는 식의 거드름으로 행사장만 쫓아다니는 지역정치가 반복되는 한 지방자치의 근본은 찾을 수가 없어진다. 타 지방이나 지역에 비해 그런 폐습이 유독 심했던 곳이 바로 이 지역이고 지역정치가 향토인의 자부심마저 먹칠해 오지 않았는가.

나라살림을 걱정하고 글로벌 시대의 국가안위와 경쟁에 첨병으로 나서 경륜과 지혜를 보태야 할 국회의원이 할 몫이 있고, 참으로 내 이웃과 선후배들을 위해 지역 공동체의 봉사자가 되어야 할 기초의원들이 할 몫이 있으며, 행정조직의 전문화와 서비스 개선을 이끌어 지역발전의 난제들을 연구 해석하고 개선해 나가는 단체장의 의지가 엄연히 따로 있음에도  각각의 분수와 영역을 헷갈리게 하는 혼돈의 정치가 유권자들을 우롱해 왔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 뿔나기' 식의 흉내 정치로 봉사와 희생의 몫이 되어야 할 지역의원들이 무슨 보좌관을 둔다거나 판공비를 먼저 챙기고 해외여행을 궁리하는 그런 지방자치단체는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적어도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기 이전에는 전국의 곳곳에 제법 주목할 만한 청렴하고 유능한 조직 수장들이 있었고, 감히 호화 청사를 짓거나 월권을 함부로 행하는 어처구니없는 폐단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 분들의 공헌에 의해 지금 기초행정 단위의 민원 창구나 해당 종사자들의 서비스가 현저히 개선되고 다양한 시민 욕구의 창구가 넓혀지고 있음에도 유독 지역정치의 구태 답습이 시민들의 열망과 장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모두 각성과 자기 성찰로 불과 일 년도 남지 않은 기회를 쇄신할 채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그동안 뒤떨어진 지역발전의 희망과 기대를 담보할 에너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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