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직원
고객과 직원
  • 거제신문
  • 승인 201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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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 윤일광(수월초) 교장
의류매장에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은 이 옷 저 옷 입어 보면서 구입할 듯 시간을 끌면서 옷을 흩어 놓고는 "다음에 올게요"하고 휑하니 나가 버린다. 직원에게는 참 기운 빠지는 일이다. 어쩌다 실수라도 하면 조용히 해결해도 될 것을 "여기 매장 책임자 나오라 그래"하면서 큰소리치는 손님은 참 짜증난다.

'고객만족'을 내세우는 관리자는 그래도 참으라고 한다. 고객이 있어야 회사가 있고, 회사가 있어야 직원이 있는 법이니 '고객이 왕이다'를 기업의 강령으로 삼는다.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꼽는다. 이 회사는 1971년에 설립된 저가 항공사지만 여객 운송수가 세계 3위이며, 창업 이래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고, 비행기 1대당 직원수가 다른 항공사에 비해 가장 적으면서도 수화물 처리 등 이륙준비시간이 가장 짧기로 유명하다.

이 회사의 창업자 허브 켈러허 회장은 "나에게는 직원이 최우선이고, 두 번째가 고객, 세 번째가 주주다."라는'직원중시'를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고객을 대하는 직원이 먼저 행복해야 자연히 고객을 만족시킬 것이고, 고객이 만족하면 다시 찾기 때문에 주주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원이 고객을 위해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한 행동은 어떤 것도 문제 삼지 않는다.

며칠 전 대기업의 한 임원이 항공기 내에서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으로 비난의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데 현대카드사에서는 작년부터 무조건 고객의 비위를 맞추는 '과잉친절문화'를 추방하자는 색다른 실험이 있었다.

폭언이나 성희롱으로 시간을 끄는 악성고객의 전화는 먼저 끊어도 좋다는 지침으로 상담원의 스트레스가 줄고 이직률도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월평균 상담시간도 줄어 들었다고 했다.

몰지각한 민원으로부터 직원들이 보호받는다고 느껴야 제대로 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실증적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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