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정권을 잡겠다고 나선 사람들조차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다가 스스로도 그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거나 구체성이 없는 구호에 갈등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자본주의의 위기를 예견하는 경우가 있었고 근년에 들어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가져오는 폐단과 모순을 극복하는 새로운 페러다임의 경제 질서를 주창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날씨는 더운데 부채질이나 선풍기, 에어컨이 아니라 좀 색다르고 효과적인 것으로 더위를 쫓아야 옳다는 주장 같은 소리로 들리는 대목이다.
그런 와중에서 생활경제의 가장 가까운 도소매의 방식에 문제가 제기됐다. 점점 대형화되어 가는 기업 형 마트에 대한 규제와 재래시장 활성화의 갈등이 그것이다.
기업의 모양새가 재벌이거나 대기업이거나 간에 기업은 그냥 기업일 따름이다.
그런 기업이 도소매 분야에 나서 다양한 생활필수품으로 소비자들에게 한 공간으로 편의를 제공하고 구매 충동을 해결해 주는 게 대형마트의 속성이다. 흔히 지역마다 며칠 간격을 두고 펼치는 장날의 온갖 진풍경을 수용하는 현대식 장날 판이다. 그런 마트의 편이성과 문화적 공간, 구매해소와 기여도는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 재래시장과의 갈등이다. 원인과 과정은 두고라도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면 재래시장의 이익이 증대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 하에 국가권력이 입법을 추진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친 단견이요, 넌센스였다. 대형마트를 가고자 하는 소비자가 하루 이틀 문을 닫은 대형마트를 외면한다는 성급한 추측은 경쟁사회의 논리가 아니다.
환경이 열악하고 빈약하여 소비자가 찾기에 부족한 환경이거나 차림새가 모자라는 처지라면 우선 그 시설과 환경을 개선하고 차림새를 풍성하게 만들어 경쟁력을 키워 줄 지혜를 갖는 게 아니라 규제라는 힘으로 진압해 보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잘못이다.
필자도 어디 낯선 고장을 여행하거나 체류하는 기회가 생기면 먼저 그곳 재래시장을 들러 특산물을 살피거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쇼핑 시간을 갖곤 한다.
그러나 그런 재래시장이나 특산물의 도소매 행위와 생필품의 도소매 편이성은 전혀 다른 문제이고, 경쟁 구도에 있어서도 달리 해석할 분야다. 더구나 해산물의 신선도나 판매가 용이한 지역에서 소매센터나 유통 물류장 하나 갖추지 않은 환경으로 물가를 운운하고 재래시장 보호를 걱정한다는 건 선후가 바뀐 몰염치다.
한 가지 예로 거제관광을 관광답지 못하게 하는 몇 가지 중요한 요인 가운데 불친절과 값비싼 물가가 늘 등장하는데도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만약 이웃 관광지가 손님맞이를 위해 최상의 시설과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손님 성시를 이룬다고 해서 자연 그대로 내팽개친 다른 쪽이 그 쪽 입장시간을 며칠씩 막으라고 한다면 이게 대체 말이나 되는 발상이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굳이 이런 망측한 갈등을 않고도 스스로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특산물을 준비해서 대형마트에 뒤지지 않는 호황을 누리는 모범적 재래시장들이 칭송을 받는 예가 있다.
대체 행정을 한다는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시장경제의 근본조차 뒤흔드는 발상을 아무렇게나 시행해버리고 또 다른 부작용과 혼란을 자초하는 것에 왜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말인가. 이미 이 일에 관한 한 규제효과가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통계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서라도 이런 발상은 제고돼야 한다.
재래시장에서 어렵게 상행위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내 형제부모요, 이웃이지만 그런 분들이 다수라고 해서 모든걸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해석하고 힘으로 근본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재래시장의 상인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그 상권을 신장시키려 한다면 해당 지역의 특성과 도시균형에 적합한 시설의 현대화, 상품의 다양화와 공급지원 등을 통해 진정한 경제행정의 토대를 만들어야지 상대적 규제와 갈등으로 문제를 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또 이런 일들이 선례가 되어서 시장경제체제의 혼란을 부채질하는 모호한 규제들이 등장하거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제도적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한다면 모처럼 우리가 이룩한 성장의 에너지와 의지를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가 생긴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