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요청에도 보험료 계속 출금…피해자, 법적투쟁 예고
"보험에 가입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한모(50·장평동) 씨는 2달여 전 이런 문구가 적힌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근래에 보험가입을 한 사실이 없었던 한 씨는 이상하다고 생각해 바로 전화를 했다.
보험사에 가입신청이 돼 있어서 승인한 것이라는 대답을 들은 그는 일단 보험해지를 요청했다. 뒤늦게 알고보니 가입신청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정모 씨였다.
정 씨는 한 씨로부터 한 차례 상해보험 가입을 유치한 적이 있는 보험설계사로서 이때 가입한 신상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보험에 무단으로 가입했던 것이다. 명의를 도용한 셈이다.
한 씨는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고는 생각해보겠다는 대답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보험에 가입한 것이 내 명의를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이래서야 무엇을 믿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정 씨만을 탓하고 있다. 정 씨의 계획적인 업무처리에 회사도 속았다는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회사도 정 씨에게 속은 피해자"라며 "한 씨의 보험해지 말고는 특별한 보상절차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 씨가 분명 보험해지를 요청했는데도 얼마 전 보험료 명목으로 22만원이 출금됐다는 문자를 받은 것이다. 이는 여전히 해지가 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한 씨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한 씨는 "부당하게 가입된 보험에 대해서는 즉각 처리가 돼야 하는데도 해지가 되지 않은 채 적지 않은 돈이 출금되니 화가 난다"면서 "대기업 보험사가 가입자를 업신여기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사는 이에 대해 법대로 하라는 식이어서 한 씨는 우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가입신청서에 서명을 한적이 없는만큼 법적인 소송에도 자신 있다는 것.
한 씨는 "내 앞에서 으름장을 놓는 등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대기업의 횡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며 "내 명의가 어디에서 또 도용되고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인만큼 끝까지 내 권리를 주장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