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생산 기술·고품질 어종에 대한 연구·각종 시스템 등은 일본과 큰 격차 없어
과학적 연구 통해 이룬 성과 접목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과 제도적 뒷받침 중요

학문적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를 산업에 정확히 접목하고 산업은 현장에서 얻은 지식을 학문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또 산업과 학문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정책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 판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정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어류양식의 산업화를 과학적 연구와 체계적 시스템을 통해 현실화하고 있었다.
환경적 요인이나 사회적 인프라 등 일본과 큰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어류양식업도 산업화의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특히 최근 어류양식 어민들은 스스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탈피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구기관도 고수익 창출이 가능한 어종에 대한 연구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개발을 위해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부가 전략품종 개발
일본은 양식을 위해 다양한 어종을 연구해 산업에 접목함으로써 어류양식의 산업화를 가능케했다. 대표적 어종이 참다랑어와 다금바리이다. 이 어종들은 고가일 뿐만 아니라 관광산업과 연계돼 고수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수익 창출을 위한 어종 개발이 수많은 대학과 연구소 등지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경상남도수산자원연구소(소장 박종일)는 5~6명 정도의 연구 인력에도 불구 다양한 어종을 실험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대표적인 어종이 '능성어'이다. 수산분야 10대 수출전략 품목에 선정된 능성어는 이미 10년 전부터 연구해 상당한 성과를 얻었으며 참다랑어 양식을 위한 기반도 조성 중에 있다. 두 어종은 이미 수정란 확보를 통한 종묘생산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해삼'의 경우 채산성 확보를 위한 인공종묘 대량생산 기술개발에까지 근접해 있다. 이외에도 전설의 물고기로 불리는 '돗돔' 연구를 위해 친어를 계속 확보하고 있으며 고수익 창출이 가능한 '동갈돗돔'과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자주복'에 대한 양식기술을 이미 개발했다.
경남수산자원연구소는 현재 전략적 양식기술 개발을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제주도 등과 클러스터 구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계적 양식 시스템 도입
양식환경에 대한 취재를 위해 만난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전창영 해양수산연구관은 우리의 종묘생산 기술 및 현황은 세계적 수준 이상이라고 자부했다. 일본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고차원적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는 것.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 지리적 여건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전 연구관은 좁은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수온으로 인한 제약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양식 어종이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두되는 것이 외해성 가두리의 보급이다. 외해성 가두리는 수온의 변화가 크지 않은 수심 35m 이상의 심해에서 이뤄지는 어류양식이다.
특히 해류의 흐름이 약한 내만 가두리는 수질오염 등으로 한계가 왔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방편으로 외해성 가두리를 적극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 전 수산연구관의 주장이다.
대규모 시설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 등의 투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이 부분만 극복되면 내만 가두리와 분업화를 통해 경쟁력있는 어류양식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내만에서 치어를 중간 크기까지 키운 뒤 외해에서 상품으로 출하할 수 있는 성어로 키우는 분업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내·외만 양식어가 각각이 양식기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과 함께 자금의 회전기간도 짧아지는 등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폐사하는 어류의 양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양식장의 내만 집중화로 발생하는 환경오염 등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양식환경의 체계개선과 관련해서는 경남수산자원연구소 라승욱 연구담당과 박대원 수산양식기술사도 어류양식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종의 고급화가 이뤄져야 하며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소규모 양식장의 조합화와 대량화, 기계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학적이고 현대화된 시설 도입
어류양식업이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부분들 못지않게 과학적이고 현대화된 시설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대화된 시설을 통해 건강한 치어를 생산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이진환 해양수산연구사는 RAS(순환여과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어생산이나 광어 등 육상수조에서 양식되는 어류를 위한 수처리 시스템의 비용절감 및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어류양식 선진국에서도 이 시스템을 도입한 육상수조식 양식에 대한 연구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현재 해수의 취수량과 배출량을 줄이고 순환율을 높이는데 드는 비용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며 최종 목표는 IT산업과의 접목을 통한 최소 인력에 의한 양식이 가능한 시스템의 개발이다.
이진환 연구사 외에도 어류양식업 발전을 위한 시스템이나 사료 등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연구기관에서 연구한 기술이 제대로 산업에 접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어류양식에 종사하는 어가들의 적극적 수용자세가 필요하다.
일본의 어류양식이 산업화를 이룬 이면에는 연구기관과 어민의 적극적 협력과 함께 행정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