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거제시당원협의회 진성진 운영위원장에 대한 중앙당 최고위원회 승인이 지난 13일 보류되면서 당원들의 재신임을 확인한 지난달 18일로부터 벌써 한달 여가 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한표 국회의원의 당협위원장 겸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거제가 중앙당의 승인을 받지 못한 이유는 현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일치하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거제시 새누리당의 모양새는 당협위원장을 선출해 놓고도 중앙당의 승인을 받지 못해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상태가 돼버렸다. 선장이 없는 상태로 배가 항해를 하고 있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지역의 당원들이 이미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이전의 당협위원장을 재신임했다. 그것도 당에서 정한 지침에 따라 재신임의 절차를 거쳤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향하고 있는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었다.
지역의 당원 대다수가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재신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중앙당이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중앙당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이유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체제를 정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명분으로 삼는 것이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지역민심이 분산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새누리당은 민주주의를 중앙당이 편한 대로 작위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상명하복의 전근대적 정체성을 지닌 정당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중앙당이 승인을 보류한 명분으로 삼고 있는 "지방조직운영규정 제3장 당원협의회 제28조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시·도당위원장과 사무총장의 의견 청취 후 해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사퇴를 의결한 경우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사퇴한다"는 조항은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는 규정이다.
결격 사유가 없는데도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의 문제나 작위적 해석으로 이를 남용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당은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당원 전체의 것이다. 대한민국이 대통령의 나라가 아니라 대한국민 국민의 나라인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새누리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단단한 결집력이 필요하다면 이를 무조건 국회의원 중심 체제에서 찾을 게 아니라 당을 더욱 잘 결속시킬 수 있는 인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강력한 리더가 강한 결속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지 강한 힘을 가진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반드시 강한 결집력을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대한 답은 이미 새누리당 거제시당원협의회를 통해 나타났다. 대다수 당원들은 김한표 국회의원이 아닌 진성진 당협위원장을 재선임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중앙당은 지역 당원들의 이러한 뜻을 존중하고 그 위에 어떤 지원을 통해 더 강한 결속력을 이끌어 낼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이 분리된 거제의 모델이 향후 새누리당이 지향해야 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에 노력하는 아버지 역할을 수행하고 당협위원장은 지역의 당원들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사소한 문제까지도 보살필 수 있는 어머니 역할을 하는 이상적 모델이다.
이 모델이 거제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상명하복의 전근대적 보수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진보정당보다 더 진보적인 보수정당이라는 새로운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이름을 바꾸고 쇄신을 감행했던 이유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합리적 정당이 되기 위한 것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역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사실 또한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