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를 알게하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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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경 기자
  • 승인 2013.0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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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에 카네이션 보낸 이수원 택시기사

▲ 소록에 카네이션 전한 이수원 기사
5년 전부터 매월 11월 10일간 소록도 방문…한센병 환자에 대한 도움 손길 독려

"어떤 보수도 바라지 않고 매번 열심히 남을 위해 봉사하는 아버지에게 신문기사를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어버이날을 앞두고 제보가 도착했다. 그 제보의 주인공은 자신이 힘들게 번 돈으로 소록도에 있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했다는 것이었다.

각박한 세상에서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하는 소식을 전해준 사람은 바로 평범한 택시기사 이수원(54)씨 였다.

그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이런 글을 보냈는지…" 하고 말끝을 흐리며 아들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내가 이런 일은 조용히 해야 하는 것이라며 타박을 하더군요"라며“고민 끝에 나오게 된 이유는 제가 이런 일을 알림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소록도 봉사활동을 독려할 수 있을까 해서…"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번 소록도를 방문했을 때 어르신들이 카네이션 조화를 달고있는 것을 보고 올해는 생화를 직접 선물해 드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달전부터 회사일 외에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면서 39개의 카네이션 화분을 준비한 이씨는 지난 6일 아침 일찍 소록도를 방문해 환자들에게 전해주고 왔다고 했다.

그가 소록도 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11월.

"스무살 때 한하운 시인의 시집을 읽고 '언젠간 소록도에 있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봉사를 해야지' 하고 다짐했어요. 그러나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고 생계에 쫒기다보니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죠"라고 말했다.

소록도의 577명 환자들중 그가 돕고있는 환자는 110명. 5년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1월 첫째주 화요일이면 10일동안 가정과 회사일을 잠깐 접어두고 떠난다고 한다. 화요일을 선택한 이유 또한 한센병 환자들을 두 번 목욕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루는 소록도 봉사 중 할머니 한 분이 제게 유통기한이 10여 일이 지난 빵을 먹으라며 주시더군요. 이전 같으면 그 자리에서 거절하거나 가방에 넣고 '나중에 먹겠다'고 말했겠죠. 그런데 그러면 할머니가 얼마나 섭섭해 하시겠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빵을 아주 맛있게 먹었죠"라며 나머지 3개의 빵도 '맛있어서 나눠주고 싶다'고 말하고는 가지고 왔다고. 자신이 잠깐 힘든 것보다 그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우울해 하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는 이 씨. 그는 "소록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센병으로 하루하루 고통속에 사는 저들도 살기위해 애쓰는데 아픈 곳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는 우리는 정말 행복한 것이구나'라고 느끼며 살아가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일생을 살면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을 한 가지씩 이루며 사는 그에게도 마지막 바람이 있다고 한다. "힘이 닿고 여유만 된다면 577명의 한센병 환자들을 모두 돌보는 것"이라고. 그는 "우리가 방관하고 있는 어딘가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잊지 말고 타의가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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