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참석자, 지역협의체와 논의 없는 거제시의 일방추진 질타…사전 분양으로 재원조달은 '어불성설'
항만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현만 매립의 당위성을 검토하기 위해 지난 7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대표 박광호·이하 환경련)이 거제시자원봉사센터 1층에서 '고현만 매립 정말로 거제에 필요한 일인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2013 환경포럼 고현만세미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환경련 박광호 대표의 사회로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윤일성 교수(도시사회학)의 '고현항재개발과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주제발표 이후 토론이 이어졌다.
환경련은 이날 세미나를 통해 거제 지역사회의 환경·생태·지속가능성을 점검해 보고 고현만 매립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주제발표에 앞서 환경련은 고현항의 항만기능 확대 및 도심용지 확보를 위한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현항재개발사업은 사실상 택지개발사업이라고 규정했다.
도시용지의 확보가 목적인 고현항 매립사업은 민자사업자가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조건으로 국토해양부(해양수산부)에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에 반영돼 있다는 것.
특히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거제시민사회단체연대협의회 9개 단체 관계자 등과 이행규 시의원 등 30여 명의 참석자들은 주제발표 후 토론회에서 고현항 매립을 공공성이 담보된 사업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에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수부의 답변이 없을 경우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감사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의견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조화 된 토건카르텔의 도시 난개발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윤일성 교수는 △토건카르텔의 구조적 문제 △부산북항재개발 전개과정과 교훈 △도시재생의 여섯가지 원칙 △고현항재개발과 시민사회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했다.
윤 교수는 공공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전직 관료들이 포진한 재벌 및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뿌리 깊은 카르텔을 지적했다. 그는 경실련 신영철 단장의 '공공건설사업 제도개선 연구'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토건5적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토건 5적은 △재벌·건설사 △관료집단·청와대 △정치인·정당 △학자·전문가 △재벌언론 등이다.
이들은 몇십년 동안 카르텔을 형성해 유기적으로 필요에 따라 법을 바꾸고 학문적 뒷받침을 하며 홍위병 노릇을 해왔다는 것.
이는 부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이며 부산국제건축문화제를 예로 들었다. 부산의 건축문화수준을 높이고 있는 이 문화제는 하지만 실무를 집행하는 회장이 건설업체 회장으로 개혁을 시도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 했다.
부산의 건축가들이 사석에서 개혁을 주장하지만 공석에서는 선·후배 등의 관계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제대로 말도 꺼내지도 못한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 이로 인해 문화제의 주요 수상작들은 건설업체 계획안에 맞아야 가능하고 이로 인해 난개발이 자행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 구조를 깨지 못하면 부산시도 희망이 없다. 로비나 특혜 등은 사례와 증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논문에 넣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토건카르텔 해체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도시재개발 관련 획기적 계기가 된 서울의 '세빛둥둥섬'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이 감사를 요청해 불공정협약임을 밝혀내고 검찰조사에 있는 사건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 이어진 북항재개발의 전개과정과 교훈은 고현항재개발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 사업은 시민사회와 지역언론의 비판을 통해 지난 2012년 북항재개발 라운드테이블 설립을 통해 '민관협의체를 통한 항만재개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부 아쉬운 점도 있지만 시민 2000명이 참여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친건설형 논의구조에서 시민참여형 논의구조로 공공성의 회복을 강화했고, 시민적 도시계획의 가능성을 모색했으며 도시디자인만이 아니라 사람·자연·역사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문화예술을 통한 북항재개발을 모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이같은 민관협력 하에 △공공성 △성찰적 민주주의 △종합과 통합(경제·사회·문화 등) △공동체 중심(시민과 주민) △창조와 혁신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이러한 원칙 하에 고현항재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참여자인 시민사회가 해야 할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민사회의 역할로 공공성을 확보하고 고현항재개발사업의 사업계획을 공론화할 수 있도록 각종 세미나나 토론회 등을 개최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것을 주장했다.
또 사업방식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사업협약과 실시협약에 대한 검증, 생태계 보호와 회복방안 등에 대해서도 심도깊게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역언론의 참여를 통해 시민의 이익과 공공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심층취재와 보도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정 독주 막으려면 해수부에 의견 제시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회에서 이날 참석자들은 고현항재개발 관련 현 진행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허가를 막는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고 중앙정부에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제시할 것을 결의했다. 빠르면 6월12일 이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결론은 토론자들이 상호 토론하는 과정에서 민간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거제경실련 노재하 사무국장이 협의체 관련 설명 과정에서 제기됐다.
노 사무국장은 고현항재개발 관련 진행이 지역협의체에 통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해수부 문의 결과 거제시가 제출하는 사업계획안을 검토해 승인하는 형태로 진행된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한 것.
이에 대해 이행규 의원은 "행정은 신뢰보호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기업과 협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중앙부처에서 심의한 것은 그대로 추진되기 때문에 허가를 막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며 "현재 고현항재개발 계획에서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견을 중앙부처에 제기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제시에 의견을 넣으라고 말하는 해수부가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며 "중앙부처에 의견을 넣었는데 답변이 없으면 국감대상이 되기 때문에 빨리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일성 교수도 "지역협의체 회의 두 차례만에 시행자인 부강종합건설과 본격적인 논의도 하지 않았는데 해수부에 거제시가 사업계획안을 제출하고 이를 승인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절차"라고 답했다.
특히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토론회에서 고현항재개발 관련 자료를 받을 수 없어 진행상황 등에 대해 알 길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행규 의원의 경우 "자료요청에 대한 거제시의 답변이 없다"며 특히 "부강건설 이외의 업체가 없었던 것에 대한 자료요청에도 불구하고 답변을 거부당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부강건설에 재원조달 방법을 물어본 결과 사전분양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180억원을 투자해 공공의 재산인 공유수면을 매립해 20만평을 매입하는 격이다"고 격분했다.
이외에도 이날 참석자들은 고현항재개발 사업 관련 거제시와 시행사가 밝힌 사업비 7300억원은 다른 사례에 비춰볼 때 2배 이상 비싸게 책정돼 있으며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난 뒤 6700여 억원으로 사업비가 줄어드는 등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