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에 면죄부, 시민사회 분노 일으켜
현대산업개발에 면죄부, 시민사회 분노 일으켜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3.06.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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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법에 없는 자문회의 등 논란 끝에 '재심의' 통해 지난 4일 입찰제한 1개월로 단축
시민사회, 절차상 문제·부당결부금지 원칙 위반 등 문제점 제기하며 결정 철회 요구

▲ 현대산업개발의 관급공사 입찰 참가자격 제한을 1개월로 완화한 거제시의 잘못을 지적하는 시민사회단체 및 일부 시의원들이 거제시의회 앞에 상막을 설치하고 지난 10일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재심의를 통해 5개월을 1개월로 단축한데 대해 시민사회가 들끓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시민의 세수 44억7000여 만원을 빼돌린 대기업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다.

특히 현산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과정에서 법이나 조례에도 없는 계약심의 자문위원회를 급조하는 등 사전교감에 대한 의혹과 거제시를 위해 출연하겠다는 53여 억원에 대한 위법성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따라 거제시민사회단체 및 거제시의회 의원 중 일부는 '거제시의 죽어버린 양심'을 위해 장례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0일 의회 앞에 상막을 치고 장례절차에 들어갔다.

또 시민사회단체 및 각 정당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거제시가 내린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현산이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장승포(옥포) 하수관거정비사업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7번의 실시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도 하지 않고 한 것처럼 거제시를 속여 44억7000여 만원을 편취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내부고발자에 의해 2008년 의회에 제보돼 경남도경의 고발을 거쳐 관련자 9명 구속 등으로 이어졌으며, 2009년 2월 거제시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 및 9월 현산의 관급공사 5개월 입찰금지 등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현산은 일주일 뒤 거제시 행정처분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1심 승소, 2심 패소 뒤 오는 6월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현산 측은 대법원 판결을 두 달 앞둔 지난 4월 입찰제한 5개월이 과하다는 취지로 거제시에 재심의를 통해 기간을 1개월로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지난 5월14일 법이나 조례에도 없는 임의의 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위촉장을 수여했지만 당사자들이 반려하자 16일 다시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재심의를 담당할 계약심의위원회에 자문서를 제출했다.

이후 5월21일부터 31일까지 4차례에 걸친 계약심의위원회를 거쳐 결국 거제시는 현산의 요청대로 관급공사 입찰을 2013년 6월7일부터 7월6일까지 한 달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처분 변경 내용을 지난 4일 통보했다.

이에 대한 답으로 현산 측은 오는 6월말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던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지난 7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자문의원에 위촉된 일부 시의원과 시민단체 관계자, 교수 등이 절차상의 문제와 계약심의위원에 대한 사전정보유출, 입찰제한 기간 경감에 따른 기부금 문제 등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행정소송 자체가 재심의 과정

이번 사태의 일련과정에서 거제시로부터 자문위원 참여를 제안받았다가 위촉장을 반려한 모 의원은 현산 측이 제안한 '재심의' 자체가 법적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지방계약법상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이의나 심사·조정이 필요할 경우 제34조 2항에 따라 불이익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현산 측은 2009년 입찰제한 당시 행정처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송을 재심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취소되지 않았다면 올 6월말로 예정됐던 대법원의 판결이 곧 재심의 결과라는 것이다.

또 그는 거제시가 현산 측에 입찰참여 제한기간을 단축해주고 거제시가 제시하는 53억 상당의 사업지원과 17억원의 기부금 등을 2년 내 납부하는 방식으로 의결한 것은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업지원과 기부금 등이 행정행위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그는 행정작용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대방인 국민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평등의 원칙'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이 문제를 최초 고발한 거제시의회에 재심의 기간 단축 등에 대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문의하지 않은 것은 민의를 대변하는 거제시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관계자는 자문위원회는 재심의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설치했으며 이번 결정은 거제시에 이익이 되기 위한 길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회계과 윤수원 과장은 "시의회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행정부서의 문제를 의회에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생략했다"면서 "1심에서 거제시가 패소하고 2심에서 승소했지만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날지 모르기 때문에 거제시에 이익이 될 수 있는 길을 찾다보니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거제시에 대한 이익은 현산측이 거제시에 출연키로 약속한 53억원과 기부금 17억원 등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에 따라 부당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또 현산 측이 약속한 금액을 받을 수 있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확인서'를 받았다는 취지의 말을 되풀이했다. 특히 그는 "만약 다음에 현산과 같은 사례가 또 발생하게 되면 이번처럼 재심의를 통해 기간을 단축해 줄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된다"는 궁색한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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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3-06-14 07:29:00
현대를 항상 싫어하는 국민중의 한사람이지만, 잘못한 불법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을 완전 면제 받은 것도 아니고 5개월을 1개월로 받는 대신, 돈 내겠다는데 돈 안받고 5개월 행정처분 받는것보다 훨씬 더 낫다고 본다. 땅파봐라. 돈이 나오는지. 실익을 취하는 것이 모두가 발전하는 길이다. 농성한다고 해서 거제시민을 위해 이익될 것은 하나도 없다. 원칙원칙 따지는데 항상 원칙대로 살아가는건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