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중요한 유아기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긍지로 아이들과 생활하며 20년 인생을 걸어온 한 사람으로서 요즘 얼굴에 홍조가 온 사람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한다. 이것은 부끄러움과 속상함, 분노와 좌절을 느끼게 하는 일들 때문이다. 언론 매체에 떠들고 있는 어린이집 비리로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난 묻고 싶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스님들의 도박사건만 봐도 그렇다. 일부 스님들이 도박을 했다고 해서 모든 스님들이 다 도박쟁이들은 아니다. 경찰이나 검찰들의 비리는 또 어떤가. 그렇다고 모든 경찰과 검찰이 다 비리경찰이나 비리검찰은 아니다.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일부의 사건에 의해 전체가 매도되고 있다 보니 원장이나 교사들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어디 가서 어린이집 원장이다, 교사다 하는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어린이집 교사나 원장은 범죄자가 돼 있다. 우리 어린이집의 선생님들이 남편이랑 같이 뉴스보기 낯 부끄럽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같이 사는 남편에게 마저도 그런 실정이다. 또 한 학부모 인터뷰 내용이 신문에 실린 적이 있는데 아이가 어린이집 갔다 오면 옷을 다 벗기고 온몸을 검사한다는 내용을 보고 속상함을 넘어 슬픔을 참기 힘들었다. 어찌 아이를 맡기는 기관에 이토록 불신이 싹텄나? 이런 불신 속에서 어찌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까?
22살에 시작해 한 길만을 바라보고 아이들 앞에 떳떳하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 오던 이 일을 이제 접어야 하나 하는 좌절감이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보건복지부 지도점검에도 문제가 있다.
민간은 사유재산을 들여서 운영하는 것인데 사유재산은 인정도 하지 않은 채 회계만 집중 파고든다. 하루아침에 바뀌는 정책을 제대로 교육해주지 않고 책하나 던져주며 바로 따르라고 한다. 미처 몰라서 실수한 부분도 절대 유보없이 바로 시정 조치다.
이제 또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에 경찰을 대동해서 지도점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모든 어린이집을 범죄자 취급을 하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교육에 치중해 지도점검을 하는 유치원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실이다. 하루빨리 이원화된 교육을 일원화 해 유아교육이 확고히 서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제대로 된 어린이집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곳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싶다.
어린이집을 비난하기 보다는 믿어 주고 격려해주면 더욱 더 신이 나서 아이들과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쓰면서도 어린이집이 처한 현실에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