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 없는 어린이집
설 곳 없는 어린이집
  • 거제신문
  • 승인 201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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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화 거제시 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
유아기 때 어떻게 보내느냐가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한다. 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활습관이나 뇌 발달이 유아기 때 이미 70∼80%가 완성된다고 한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던가. 이것은 그냥 속담이 아니다. 통계학적으로 나온 말이다. 그만큼 유아교육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중요한 유아기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긍지로 아이들과 생활하며 20년 인생을 걸어온 한 사람으로서 요즘 얼굴에 홍조가 온 사람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한다. 이것은 부끄러움과 속상함, 분노와 좌절을 느끼게 하는 일들 때문이다. 언론 매체에 떠들고 있는 어린이집 비리로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난 묻고 싶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스님들의 도박사건만 봐도 그렇다. 일부 스님들이 도박을 했다고 해서 모든 스님들이 다 도박쟁이들은 아니다. 경찰이나 검찰들의 비리는 또 어떤가. 그렇다고 모든 경찰과 검찰이 다 비리경찰이나 비리검찰은 아니다.

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일부의 사건에 의해 전체가 매도되고 있다 보니 원장이나 교사들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어디 가서 어린이집 원장이다, 교사다 하는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어린이집 교사나 원장은 범죄자가 돼 있다. 우리 어린이집의 선생님들이 남편이랑 같이 뉴스보기 낯 부끄럽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같이 사는 남편에게 마저도 그런 실정이다. 또 한 학부모 인터뷰 내용이 신문에 실린 적이 있는데 아이가 어린이집 갔다 오면 옷을 다 벗기고 온몸을 검사한다는 내용을 보고 속상함을 넘어 슬픔을 참기 힘들었다. 어찌 아이를 맡기는 기관에 이토록 불신이 싹텄나? 이런 불신 속에서 어찌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까?

22살에 시작해 한 길만을 바라보고 아이들 앞에 떳떳하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 오던 이 일을 이제 접어야 하나 하는 좌절감이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한다. 보건복지부 지도점검에도 문제가 있다.

민간은 사유재산을 들여서 운영하는 것인데 사유재산은 인정도 하지 않은 채 회계만 집중 파고든다. 하루아침에 바뀌는 정책을 제대로 교육해주지 않고 책하나 던져주며 바로 따르라고 한다. 미처 몰라서 실수한 부분도 절대 유보없이 바로 시정 조치다.

이제 또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에 경찰을 대동해서 지도점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모든 어린이집을 범죄자 취급을 하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교육에 치중해 지도점검을 하는 유치원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실이다. 하루빨리 이원화된 교육을 일원화 해 유아교육이 확고히 서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제대로 된 어린이집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곳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싶다.

어린이집을 비난하기 보다는 믿어 주고 격려해주면 더욱 더 신이 나서 아이들과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쓰면서도 어린이집이 처한 현실에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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