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고 보면 현대의 교통문화 가운데 가장 특징적인 현상이 터널의 증가일 것이고, 공법 또한 정교하고 신속해서 웬만한 산지라면 터널로 이어버리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왜 하필 터널 이야기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터널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든 것은 얼마전 대마도를 갔다가 놀란데서 기인한다.
대마도의 형편이라면 다 아는 일이지만 불과 3만 여명의 인구에 해안을 위주로 들어 선 거주지와 대부분 험준한 산으로 이루어진 지형이다.
여기에 서른 개 가까운 크고 작은 터널이 있고, 때로는 어찌 저런 곳에 터널을 만들었나 싶은 해묵은 터널과 옹색한 것까지 다양하다. 내친 김에 원주민 가운데 나이가 지긋한 분을 만나 터널을 많이 만든 이유를 물어보았다.
우리나라 온 국민이 다 아는 사건이지만 KTX의 터널공사로 인해 터널이 지나는 산지의 도롱뇽이 죽게 된다고 호들갑을 떨며 공사를 몇년간이나 방해한 게 생각났다.
물론 터널이 완공된 후에도 도롱뇽의 서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억지 논리로 드러났지만 터널을 이용한 소통과 산지 훼손도로의 차이를 제대로 모를는 소치다.
그래서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잘 알려진 대마도 시민이 어째서 산지에 저토록 많은 터널을 용인했냐고 질문한 것이다.
대답은 내 상식과 전혀 달랐다.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지표면을 훼손할 것이 아니라 터널을 뚫고 접근 거리를 단축하는 일이 지혜롭다는 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이 험준한 산지로 된 대마도가 비좁은 임도 형태의 몇 가닥 길로도 전체 시역을 다니는 데 불편을 느낄 수가 없었다.
우리 지역의 사정이나 터널 형편은 어떨까. 산지가 많고 산림이 울창하기로는 도내에서 둘째가라면 섧을 환경인데 불가사리처럼 얽히고 막힌 산지를 연결하는 도로는 모두 험준한 고갯길과 커브뿐이다. 당연히 연결시켜야 할 산과 계곡이 가로 막혀 있어도 여유롭게 둘러 다닌다.
거가대로의 완공에 따른 신설 터널들이 몇몇 있지만 지역으로 보면 진입로의 일부분이다. 즉 자생적으로 노력해서 연결된 터널의 편의성은 보이지 않는다.
근 20년 전 계획된 시급한 연결지역에도 착공의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선거용처럼 꽹과리만 쳐댄다. 환경에 적절한 터널을 이용하면 도로나 도로 주변의 불필요한 난개발과 오염이 필요치 않고 도로 개설에 따른 온갖 부대시설에 대한 부담도 없어진다.
터널개설에 따른 예산이 결코 도로개설이나 확장을 능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고 안전성에도 우월하다.
더구나 거제 지역에 있어 터널의 조속한 개통은 복잡하기 짝이 없는 밀집 시역을 분산시키고 균형개발의 이중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런 터널 개발의 답보에 따른 변명은 20년 전이나 지금도 여전히 국비 지원 등 예산타령이고 남과 북, 동서는 여전히 막혀있다.
어느 전문가는 거제 지역에서 당장 소통의 효과를 불러 올 터널이 적어도 다섯 곳 정도는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대체로 소통이 막힌 지역은 남북을 축으로 하고 있고 원만한 시설이 이루어지고 주거와 관광지 접근의 분산이 이루어지면 지금보다는 훨씬 원활한 교통소통과 균형 개발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만약 행정당국이 이런 터널 시설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다그치면 다시 20년 전과 같이 예산타령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변명을 늘어놓을 게 뻔하다.
또 만약 계획을 세우고 시공을 한다고 해도 지금 도로신설 형편이나 터널 축조들의 속도와 상황을 보면 제안조차 민망하도록 지지부진한 공기를 허송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건축시설공사는 공기가 단축되고 신속해야 예산도 줄이고 운영 효과를 앞당길 수 있는데 몇년이 지나도록 구간도로 보완공사조차 마무리하지 못하는 역량으로는 유사한 어떤 시설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여론이다.
터널에 대한 생각은 단순히 지금 거론되는 특정 구간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환경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소통의 차원에서 드리는 당부다.
관광을 미래의 산업으로 여긴다면 온통 산지에다 도로와 골프장과 난개발의 시설들로 채울 게 아니라 풍광을 그대로 두고서 주거와 산업, 관광자원과 해안을 소통하는 실리적 터널 확보를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