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뚜렷한 대책 없이 치우는데만 급급

낚시하기 좋은 계절인 여름이 되면서 거제의 낚시명소들이 낚시꾼들로 붐비고 있는 반면 해당 마을에서는 쌓여가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이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시는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등면 창호리 가조도에 사는 이모(59) 씨는 마을을 찾는 낚시꾼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가조도 곳곳에 낚시명소가 많다보니 다수가 찾아오기는 하지만 음식물쓰레기를 비롯해 낚시도구, 술병 등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버리고 가는 바람에 마을주민들이 이를 치우느라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주말이 지나고 나면 낚시꾼들이 휩쓸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봉길 군령포마을 이장도 같은 지적을 했다. 고 이장은 "쓰레기가 한 곳에 모여 있지 않고 흩어져 있으니 치우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면서 "하도 쓰레기가 많이 나오다보니 예전에는 낚시꾼들이 아예 못 오도록 막으려고 한 적도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2년 전 가조도의 마을주민들이 낚시명소 곳곳에 그물을 쳐서 낚시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었고 이에 격분한 한 낚시꾼이 간이화장실에 화재를 일으키는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이처럼 쓰레기를 둘러싸고 가조도 마을주민과 낚시꾼 간의 대립이 첨예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조출장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각 마을주민들 10명씩을 선정해 자기 마을의 쓰레기를 직접 치우도록 함으로써 보다 빠른 시간 내에 마을을 청결하게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결국 낚시꾼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매일 종량제봉투 50리터 10장을 꽉꽉 채울 정도의 쓰레기가 배출되는 데도 쌓여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수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
가조출장소 관계자는 "2009년 연륙교가 지어진 이후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낚시꾼들을 막을수도 없는 노릇이니 낚시꾼들 스스로 적은 쓰레기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가조도뿐만이 아니다. 파랑포 방파제 등 낚시명소로 익히 알려진 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파랑포마을 한 주민은 "입구부터 쓰레기가 쌓여 있어 보기 좋지 않다"며 "아름다운 마을에 걸맞게 낚시꾼들이 양심적으로 깨끗하게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봉사단체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휴가철이 다가오는 만큼 주요 관광지 등에 대한 대청소를 통해 깨끗한 거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 봉사단체 관계자는 "낚시명소 등 여름철에 유독 쓰레기가 많이 쌓이는 곳들을 파악하고 있다"며 "구석구석 찾아가 쓰레기를 치우는 데에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반면 이에 대해 행정은 뾰족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마을마다 관광객·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인한 고충이 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배출되는 쓰레기를 치우는 등 환경정화 활동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