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과의 전쟁
소금과의 전쟁
  • 거제신문
  • 승인 201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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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옛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남의 집에 가서 그 집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싱거워 맛이 없다고 불평했다. 주인이 그 말을 듣고 음식에 소금을 넣어 주었다. 음식에 소금을 넣으니 정말 맛이 있었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소금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것만 계속 먹어 결국은 병이 나고 말았다. 교훈적 비유를 모은 불교 경전 백유경(百喩經)의 첫 번째 나오는 이야기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검사도 하기 전에 다짜고짜 링거액부터 팔에 꼽는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료수가를 높이려는 것 같아 괘씸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것도 특별한 액이 아니고 그냥 단순한 소금물에 불과한데 말이다.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에,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97%가 집중되어 있다. 이런 바다가 약 15억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되는 약 2.8%의 염도 때문이다.

바닷물의 염도가 떨어지면 바다는 썩는다. 우리 몸의 혈액도 염도가 떨어지면 몸이 병든다. 염분은 인체의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삼투압현상을 일으켜 산소와 영양분을 혈액 속으로 끌어 들이고 노폐물과 가스를 바깥으로 배출한다. 따라서 병원에 온 환자에게 맨 처음 하는 처치가 링거액으로 0.9%의 체액 염도조절이다.

소금은 음식의 맛 뿐 아니라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문제는 소금 속의 나트륨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나트륨 섭취량을 2000㎎ 이하로 권장하지만 한국인은 4831㎎으로 두 배가 훨씬 넘게 먹는다. 본래 사람은 다른 동물처럼 짜게 먹지 않았는데 식품보관법이 발달하면서 소금 섭취량이 많아졌다.

배설되지 못한 나트륨이 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을 일으키고, 몸속의 칼슘과 결합하여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골다공증을 유발하고, 콩팥에 영향을 주어 만성신장염과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소금과의 전쟁에 나섰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지나친 것은 모자람 못하다는 말이 여기 쓰기에 꼭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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