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을 권장해야 한다
지역 특산물을 권장해야 한다
  • 거제신문
  • 승인 201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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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석 칼럼위원

▲ 이아석 남해안시대포럼 의장
우리나라는 산천이 매우 수려해서 토양이 질박하고 고유의 특산물이 많다. 그것은 반도라는 지형이 가진 산과 바다의 조화와 동서남북의 절묘한 대칭 위에 자리한 풍향과 만물의 자생력이 빚어내는 생멸의 유기적인 조화가 이루어내는 특질이다.

필자는 늘 고향 마을의 선배와 어른들로부터 배우는 지혜가 있다. 철모르고 배웠던 음력의 자연성, 그 오행이 빚어내는 갯가의 변화를 몸으로 익혀 낸 세월의 경륜을 조심스럽게 듣고 있다.

지역 남동해안의 조개와 고동이 서북해안의 그 맛과 다르고, 회류성 어종을 제외한 연안 서식어류의 근성과 맛이 서해나 동해의 맛과 달라서 어디를 가야 어떤 암반의 조류 틈에서 재래종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아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신이 난다.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 시작된 죽림의 번성이 지금은 서북부 거제 지역의 명물로 자리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소위 맹죽이라고 일컫는 지역의 울창한 대숲이 경관을 이루고 이를 소재로 하는 지역순수 산업의 지혜들이 등장한지도 오래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죽염이다.

죽염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일찍이 이 분야의 가장 으뜸가는 개발자로 이름을 날린 분들의 노력에 관한 얘기가 전해지고 그 대를 잇는 분이 마침 이 지역의 환경을 찾아들어 독보적인 죽염생산의 개가를 올리고 있는 모습을 찾아 본 적이 있었다.

특정 산물의 효능이나 영업에 관한 한 언급할 성질이 아니지만 지역이 가진 독창적 환경과 향토 산업을 개발해서 지역특산물로 권장하는 일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몇년전의 모습이지만 이 지역을 다녀 온 어느 단체에서 방문 기념으로 받았을 특산품을 자랑하면서 특히 거제 대숲이 빚어 낸 특산물을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했다가 뿌듯한 감회를 느낀 적이 있었다.

이미 해외에서까지도 호평이 난 그 죽염의 효능을 일일이 기억하진 않았지만 최근 그런 근황을 물어보다가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일시적으로 제공되었던 특산물 추천 명단에서 지금은 소외되어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 특산물이 지정되고 거래되어야 하는 과정이나 연유를 다 알 길이 없으나 맛 갈진 멸치액젓이나 패류, 향토고유의 과실과 수산물들이 널리 소개되고 보급되는 것은 행정이 적극적으로 앞 장 서야 할 가치 있는 일이다.

특정제품에 관한 일만이 아니나 지역의 토양과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명품은 주변의 지역민들이 서로 협력해서 그 가치를 키우고 알려지게 만드는 게 상례다.

또 행정은 그런 에너지를 발굴하여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게 지원하고 권장시키는 후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전국의 많은 지역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에 관한 한 관광명소로 알려진 우리의 환경이 어떤지는 굳이 설명할 것도 없다.

거제를 방문하기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은 수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딱히 손이 갈 만한 선물꾸러미가 없다고들 푸념한다.

우리가 늘 내놓는 멸치나 유자청 같은 한두 가지 어획물과 가공품은 비슷한 환경의 어딜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품에 속한다. 물론 같은 종류의 수산물이나 가공식품이라고 해서 그 맛이 다르고 향기가 다르지만 인근의 여느 지역에서나 맛 볼 수 있는 수준의 품질이라면 별미나 고유성을 찾기 어려워진다.

앞서 말한 죽염처럼 독특한 환경에서 개발한 제품 가운데서도 그 가치가 남다를 만큼 뛰어나야 하고 권장할 만한 상품성을 지녀야 한다. 아마도 머잖아 우리 지역 출신의 젊은 인재들은 수산물이나 향토 산물을 소재로 한 획기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첨가한 특산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어디를 가도 의례적으로 접할 수 있고 맛 볼 수 있는 그런 소비품이 아닌, 지역 환경에 의한 희귀성과 가치가 결합된 정성스러운 제품만이 특산물이 된다는 뜻이다.

우선 해당 지역 행정 단체에서부터 이런 산물들을 특화시킬 지원을 아끼지 말자.

그 옛날 길가에서 허기를 채우던 빵조각 하나, 무심코 지나치던 발자국 하나로 이벤트를 삼고 숱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지혜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매사가 그렇지만 우리 지역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선물꾸러미를 자랑하는 일은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고 헤아리는 자구적인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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