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중독
관심 중독
  • 거제신문
  • 승인 201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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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중앙고 교사
내가 아는 한 맞벌이 부부가 있다. 그들은 매일 아침 새벽 같이 일어나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하고, 두 아이는 살림을 도와주는 친정어머니가 있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챙겨 보냈다.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해 퇴근해서 돌아오면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과 놀아주고,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로 나가 주중에 못 다한 부모의 역할을 하느라 피곤한 줄도 모르고 지냈다.

부부는 애들과 함께 지내지 못한다는 죄책감 때문에 아이가 원하는 것은 대부분 수용하고 들어주었다. 일종의 자녀에 대한 보상심리로 그렇게라도 아이에게 해주어야 마음이 편하고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세상의 모든 부모가 다 겪는 일상이고 애들이 말 안 듣는 것은 뭘 모르고 어리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힘든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지쳐갔다. 그러나 얼마 전 그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객관적으로 보는 계기가 있었다.

그들이 아이들에게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아이들은 투정을 부리고 지독히도 말을 안 듣는 애들로 변했고 매사에 고집을 피우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의 자녀는 일종의 관심 중독 증상을 보여 주고 있었다.

자녀의 관심 중독이란 서양에서는 이미 알려진 말로, 부모가 아이들에게 관심과 주의를 기울일수록 아이들은 더욱더 징징거리고 부모에게만 매달리며 자신의 고집을 관철시키기 위해 심하게 떼를 쓰고 그 때문에 아이들 중심으로 가족의 삶이 변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 중독 증상은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형태만 바뀔 뿐 계속된다.

관심 중독은 자녀를 위해 노년이 되어서까지도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한국인의 정서에는 다소 불편한 이론이나 자녀의 독립적인 인격 발달을 위한다면 꼭 기억해야할 이론이기도하다.

내 지인의 아이들도 관심 중독으로 한시도 그들 부모가 그들에게서 눈을 떼는 것을 보지 못하고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했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치며 우는 것을 물론이고 물건을 던지거나 고함을 치고, 심지어 부모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유발함으로 부모의 관심을 자신에게 돌리려했다.

아이들이 부모의 관심을 끄는 방법은 꼭 부정적인 방법이 아니라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관심 중독에 걸린 아이가 있는 집은 아이들이 가정을 장악하고 부부관계도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간다.

늦게나마 잘못된 육아를 인지한 나의 지인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좌우하고 가족의 삶을 서로 피곤하게 만드는 것을 막기로 했다. 그래서 그들은 먼저 아이들 중심인 가정을 부부중심, 가족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먼저, 그들은 아이들에게 부모가 퇴근하고 삼 십분 동안 거실이든 부엌이든 절대로 부모가 있는 곳에 오지 못하도록 아이들을 설득했다.

그 사이에 아이들이 자신들의 방에서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각자 알아서 놀도록 했고 부모가 있는 어떤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도록 하며 부모들은 그 시간 동안 서로 대화하고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사용했다. 아이들의 반발은 이미 예상했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런 삼 십분 규칙이 그 가정에 정착되어갔다.

30분의 변화는 놀라웠다. 아이들이 고분고분해지고 독립적이고 안정적이고 예의가 발라진 것은 물론이고 부부사이도 대화가 풍성해지면서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고 관계가 개선되어졌다.

현명한 나의 지인은 자신들의 결혼생활과 부부의 대화를 최고의 우선순위에 둠으로써 자녀들의 관심중독 증상을 고쳤다. 그들은 대부분의 맞벌이 가정의 부부가 자녀를 대하는 일반적인 육아방법을 거부함으로서 오히려 자녀들을 성장시킨 것이다.

지나친 관심은 자녀와 부모 둘 다를 피곤하게 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한다. 부모도 어른이기 이전에 성숙해져 가야 할 사람이다. 관심중독에 빠진 자녀를 둔 부모는 평생을 어떤 형태로든 그 자녀의 뒷바라지를 하게 된다.

가장 최악의 조합이 관심중독을 가진 자녀와 항상 자신의 자녀는 미숙하므로 도와줘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진 부모가 만났을 때 일어난다.

이 경우 부모는 거의 평생을 자식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되고 그러고도 그것을 세상의 모든 부모가 겪는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관심 중독은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으면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사라지거나 줄어들지만, 계속적으로 이에 부응하는, 기꺼이 자녀를 돕기를 원하는 부모가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진화한다. 우리의 자녀가 관심 중독의 괴물이 아닌지, 또 나는 그것을 받아주는 진화한 형태의 관심 중독증 환자가 아닌지 살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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