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한 양대 조선소, 임금수준도 전국에서 수위를 다툴 정도로 높고 수많은 외국인들과 더불어 물가와 땅값도 엄청나다. 이렇게 국제적인 도시의 면모를 갖고 있는 반면에 서비스 수준이라든지 본토박이 사람들의 사고방식 등에는 시골 벽지 섬사람의 고리타분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내가 원래 산골 벽촌 함안 칠원이라는 시골에서 태어나 10여 년을 살아서 그런지 도시에 살면서도 언제나 시골에서 사는 것이 꿈이었는데 마침 거제에 온 김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저곳 알아보았더니 시골 땅값이 생각보다 너무나 비쌌다.
이런 비싼 땅을 많이 가진 노인들이 남아선호 사상이나 출가외인 관념, 장자 상속 원칙 등에 따라 이를 아들이나 장남에게만 물려주려고 하면 다른 자녀들은 큰 실망을 하게 된다.
거제 사람들의 전반적인 경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몇번 이런 경우를 들어봤다. 나의 부모는 재산을 아무것도 물려주지 않아서 그런 문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2남2녀에게 남녀차별 없이 대체로 공평하게 대했었다.
그래서 가끔 거제에 와서 여러명의 자녀들 중 장자나 아들 1명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증(유언에 의해서 증여함)하는 것을 듣고 같은 나라에서도 관습이나 사상이 크게 다름을 느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에서 개인에게는 원칙적으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하는 자유가 인정된다.
따라서 각 개인은 자신의 재산을 생전에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음은 물론 유언에 의한 사후처분(사실은 유언을 사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생전에 하는 것이지만 그 효과가 사후에 나타나니까 사후처분이라 한다)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는데 그것은 유언자의 재산이라는 것도 가족들의 노력의 결과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많고 재산을 받지 못하는 자녀들과의 형평의 문제도 발생하며 다른 자녀들의 기대재산은 한번에 무너져버린다.
따라서 우리 민법은 이러한 개인재산처분의 자유라는 요구와 거래의 안전과 가족생활의 안정, 가족재산의 공평한 분배라고 하는 서로 대립되는 요구를 타협·조정하기 위해 1977년에 유류분제도를 신설하였다.
즉, 상속이 개시되면(즉 피상속인이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일정한 범위의 상속인은 피상속인 재산의 일정한 비율을 확보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는데 이것을 유류분권이라고 한다. 이 유류분권으로부터 유류분을 침해하는 유증, 증여의 효력을 빼앗는 반환청구권이라는 구체적 권리가 생긴다.
유류분을 가지는 사람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손자·손녀 등), 배우자·직계존속(부모·조부모 등), 형제·자매인데(민법 제1112조) 그중 유류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상속의 순위상 상속권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예컨대 제1순위 상속인인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에는 제2순위 상속인인 직계존속은 유류분권을 행사할 수 없다. 태아도 살아서 출생하면 직계비속으로서 유류분권을 갖고 대습상속인도 피대습자의 상속분의 범위 안에서 유류분을 가진다(민법 제1118조에 의한 제1001·제1010조 준용).
유류분은 법정상속권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므로 상속권의 상실원인인 상속인의 결격·포기에 의하여 상속권을 상실한 때에는 유류분권도 당연히 잃게 된다.
상속인이 유류분권자인 경우 그 유류분의 비율은 ①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②피상속인의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③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은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④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이다(민법 제1112조).
또한 유류분권에 기한 반환청구권은 유류분 권리자가 상속의 개시(피상속인의 사망)와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하고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동일하게 소멸한다(민법 제1117조).
예컨대, 피상속인(부모)이 10억의 재산이 있는데 자녀가 5명이라서 1명당 민법상 2억원의 법정 상속분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부모가 모든 재산을 생전에 장남에게 전부 증여하든지 유언으로 전부 다 주고 사망을 한 경우, 한 푼도 받지못한 자녀는 원래 법정 상속분의 1/2 만큼 유류분이 있으니 금 1억원을 모든 재산을 다 받은 그 장남을 상대로 재판상 청구할 수 있고 이는 피상속인(부모)의 사망 후 1년 이내에만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