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동에서는 고혈압과 위암 환자가 많은데 놀랐고, 여자 유방암이 거의 없어 또 한번 놀랐다. 진해서 군생활할 때 가끔씩 보던 쯔쯔가무시병이 안동에 널려있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울산에서는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상상을 초월하게 많았고, 심장질환으로 심장에 스텐트시술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그래서 거제에 처음와서 점심 때 병원식당에서 오랫동안 환자를 보아온 과장님들에게 거제에 많은 만성병이 뭔지 물었더니, 바로 폐암일거라는 답이 돌아왔다.
폐암? 혹시 거제의 지역산업의 특성 때문인가요? 했더니 그건 아닌 것같고 높은 흡연율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그래서 곧바로 몇 가지 자료를 확인해 보았다.
먼저 지역암등록소가 있는 경상대학교에 연락하여 지역암등록 자료, 즉 지역 암발생률 자료를 받아보았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10년 자료에 따르면 남자에서 폐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46.3, 여자는 15.2였다. 전국은 남녀 각각 47.2, 14.8이었으니 거의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없다.
암은 연령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거제시는 젊은 사람이 많아서 비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이들 수치는 지역간의 연령의 차이를 교정한 '표준화율'이니 그럴 염려는 없다.
그 다음으로는 흡연율을 알아보기 위해서 지역보건소에 전화를 해보았다. 거제시 자료는 2012년 것으로 남자 48.2%, 여자 3.7%이고 2011년 전국 자료에서는 남자 47.3%, 여자 6.8%이라고 했다. 남자는 전국과 별다른 차이가 없고 여자에서는 거제에서 흡연율이 더 낮았다.
물론 현재의 폐암 발생이야 20~30년 전부터 피워온 흡연의 영향이겠지만 거제에서 옛날에는 흡연율이 월등하게 높았으나 현재는 전국수준으로 낮아졌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고 안심만 하고 있어서 될까? 얼마전 신문에 난 환경부 자료 발표에 따르면 대기중 발암성 물질 배출이 전국에서 독보적인 1위 지역으로 청원군이 꼽혔고 2위를 거제시와 울산시가 앞다퉜다. 무엇보다 거제시가 상위에 랭크된 것은 조선업에서 사용하는 에틸벤젠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벤젠이라면 강력한 발암성 물질이라 깜짝놀랄 분들이 많겠지만 에틸벤젠은 말그대로 에틸기가 붙어 독성이 많이 완화되어 국제암연구소 분류에 따르면 2B로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동물실험에서는 충분하게 발암성이 인정되나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의 자료가 불충분하여 결론을 유보한 상태인 것이다.
동물실험에서 폐선종, 간선종, 콩팥뇨세관 선종 및 암종 발생률이 증가하였다. 그러나 미국 환경부에서는 발암성 물질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신에 어린이의 경우 음용수로 인한 급성 노출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평생노출 기준을 발표한바 있다.
에틸벤젠은 환경으로 배출되면 햇볕에 잘 분해돼 DDT와 같이 환경에 잔류가 되거나 축적되는 물질이 아니다. 거제의 예처럼 산업체서 사용할 경우 쉽게 대기로 퍼질 수 있으며 지표수에서는 곧 분해되나 지하수에는 남아있을 수 있다.
반면에 피부 폐 위장관을 통해 인체 흡수가 아주 잘돼 에틸벤젠에 노출되는 산업체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한 특수검진 대상이 되는 유기화합물 중 하나로 규제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청원쪽은 난리가 난 모양이다. 당연히 청원군의회에서 나서 문제의 지역인 오창주민의 건강영향평가를 전수조사로 추진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 거제시도 전수조사를 주장하고 나서야 할까? 다행스러운 일은 지역의 산업체와 주민의 생활습관변화, 그리고 환경공해 물질의 변화에 따른 질병의 변이를 감시할 수 있는 인프라가 벌써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가암등록사업으로 진주경상대학교에서 진행 중이어서 거제지역민에서 암이 발생하면 바로 자료수집이 되고 있다.
회사에 고용된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특수 및 일반검진과 종합검진을 받고 있으며 일반시민들은 일반검진이나 암검진을 받고 있다. 주민의 생활습관자료와 환경자료 역시 주기적으로 수집되고 있다.
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생산되고 있는 고급자료인 '빅데이터'를 잘 연계해서 감시하고 어떤 문제가 감지되면 세부적으로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들어 가고, 원인을 찾으면 지역민과 관계기관 모두가 합심이 되어 해결해 나가도록 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누가 이러한 방대한 작업의 컨트롤타워를 맡아 진행할 것이냐는 것이다. 우리는 건강에 관한한 끊임없이 감시의 눈길을 번뜩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