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던 직업훈련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던 직업훈련
  • 차재준 학생기자
  • 승인 2013.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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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가 보는 세상]취지에 알맞는 준비 부족…현장 경험할 콘텐츠 없어

▲ 차재준 학생기자
지난 9일 연초고등학교(교장 강정일)는 1~2학년들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받았다.

학교에서 직업훈련을 한다고 했을 때 이날 하루동안은 수업을 잠시 뒤로 하고 학생들이 자신들의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고 미리 한번 사회생활을 겪어보는 좋은 취지의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학생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부터가 학생이지만 간접적으로 사회생활을 겪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번 직업훈련을 크게 기대했다.

따라서 이번 직업훈련은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덧붙이자면 시험도 끝났는데 수업도 빠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들뜬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 안내문을 봤을 때 기대했던 방식과 너무 다른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선택지 내에서 희망하는 선택사항을 골라 체험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다양한 선택지와 장차 희망하는 은행원도 준비돼 있었기 때문이다. 강사 섭외 중이라는 말이 덧붙여 있어 일말의 불안감이 들긴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친구들과 서로 어디를 갈지 이야기를 하다가 신청을 끝내고 며칠 후 다시 한 번 안내문이 나왔을 때는 깜짝 놀랐다.

은행원을 신청한 모든 학생들이 조선기능인으로 신청돼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강사가 없어서 취소가 된 것이었는데 직업훈련이 취소된 건 둘째 치고라도 어떻게 조선기능인으로 신청돼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튕긴 셈이었다.

표를 살펴보고 나서 조선기능인에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몰려 있는 것으로 봐서 다른 직업훈련을 신청한 학생들도 조선기능인으로 튕긴 것으로 보였다.

선생님이 튕겨 나온 학생들에게 허가를 받고 다른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눈여겨둔 다른 몇몇 직업 역시 없어졌기 때문에 포기하고 조선기능인 체험을 받기로 했다. 아버지가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자식 된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아버지의 일을 알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또한 있었다.

그리고 직업훈련을 받게 된 당일, 평소 학생기자로 원고용으로 쓰던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챙기고 대우조선해양으로 갈지, 삼성중공업으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또 '밖은 더우려나, 세미나실에서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하며 살짝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게 웬 일. 조선기능인을 신청한 학생들은 체육관으로 가라는 말을 듣게 됐다. 당황스러웠지만 체육관으로 가라고 하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체육관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참가자들 모두는 스크린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프레젠테이션 준비가 끝나지 않아 조금 오랜 시간을 기다린 후 드디어 직업훈련, 아니 강의가 시작됐다.

강의는 정형국 삼성중공업 총무부장이 진행했다. 그래도 학생기자라는 사명감에 기사에 쓸 수 있는 자료수집을 위해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기 위해 집중했다.

정형국 부장은 거제조선소의 발전과정, 선박건조(생산) 과정, 주요 생산장비 등을 볼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꿈과 장래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가르쳐줬다.

자료수집을 하며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던 중 인상 깊은 말이 뇌리에 선명히 들어와 박혔다.

"끝까지 꿈을 버리지 말고, 사람을 버리지 말고, 말로 상처 입히지 말고, 자신을 포기하지 말고, 죽는 소리를 내지 말고, 어두운 생각을 하지 말고, 마음을 닫지 말고, 일을 손에서 놓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잠자기 전에 고민하지 말라"는 십계명이었다.

여러 가지 좋은 말들을 들려주고 나서 특히 연초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한마디와 함께 강의는 끝을 맺었다.

강의가 모두 끝나고 나서 박수소리가 체육관 내에 가득 울려 퍼졌다. 부지불식간에 박수를 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인생 강의지, 직업훈련인가'라고.

이 수업은 아무리 좋게 봐도 직업훈련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선소의 이야기만 듣고 정작 조선기능인에 대해서 들은 것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강의가 끝나고 키보드를 집어넣고 태블릿을 보고 나서는 한번 더 당황했다. 쓸 만한 자료가 기껏해야 다섯 줄이 제대로 나올까 말까 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아쉽지만 기사를 쓰겠다는 생각을 접고 칼럼을 쓰기로 마음먹게 됐다. 직접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어떻게 기사로 쓸 수 있을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의를 마치고 시간이 많이 남았고 교실에서 직업훈련에 대한 감상문을 쓴 후 3시30분까지는 자유시간이었다. 교실에서 쉬고 있는 사이 다른 교실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학생들, 교외로 나갔던 학생들이 속속 돌아왔다. 그렇게 교실에서 시간을 허비하다 직업훈련의 날은 끝이 났다.'그런데 정말 이런 것을 직업훈련이라고 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번 행사가 첫 번째 개최인 것을 잘 안다.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방패삼아 행사가 만족스러웠다고 강제로 수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족한 것은 부족하기에 채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시작부터 완벽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직업훈련은 씁쓸한 기억만을 남기고 지나갈 것 같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역시 컸다. 실행 취지는 좋았고 의욕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행사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내년에 3학년이 되기 때문에 다시 직업훈련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후배들은 좀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직접 무언가를 해보며 일에 대한 즐거움을 알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분명 연초고의 특색 있고 즐거운 행사가 될 수 있을 직업훈련. 내년에는 좀 더 완벽한 준비로 알찬 행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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