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
부부(夫婦)
  • 거제신문
  • 승인 201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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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남녀가 음식점에 들어설 때 각자 따로 들어오면 부부, 같이 들어오면 불륜, 테이블에 앉았을 때 마주보고 앉으면 부부, 옆에 앉으면 불륜, 먹기에 바빠 말이 없으면 부부, 서로 챙기느라 말이 많으면 불륜, 계산할 때 여자가 카드로 하면 부부, 남자가 현금으로 계산하면 불륜, 돌아갈 때 차 한 대로 가면 부부, 각자 차로 가면 불륜. 재치 있는 유머다.

부부는 서로 닮는 다고 한다. 영국 리버플대학에서 부부 160쌍의 사진을 뒤섞어 놓고 실험자 남녀 각 11명에게 부부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고르게 했더니 놀랍게도 분류한 사진에는 실제부부가 더 많았다고 한다.

부부가 닮았다는 것은 얼굴 생김새가 아니라 풍기는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같이 살다보면 웃을 때는 같이 웃고, 슬플 때는 같이 슬퍼하고, 고민거리가 생기면 같이 걱정하게 된다. 따라서 부부의 감정 표현이 비슷해지면서 근육과 주름의 움직임이 같이 발달한다. 얼굴에 있는 여러 개의 근육 가운데 발달되는 것은 같이 발달하고, 쓰이지 않는 것은 같이 쓰지 않기 때문에 얼굴표정이나 인상이 닮아가는 것이다.

다른 주장도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부부는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자신과 닮은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고 더 신뢰하게 된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감수성이 예민했던 어린 시절에 본 부모의 모습을 닮은 이성에게 서로 끌린다고 주장한다.

어떤 이유로 만났든 부부는 한 몸이요, 촌수가 없는 사이요, 실과 바늘이요, 평생의 반려자다. 그러나 이제 이런 부부에 대한 정의도 수정할 때가 된 것 같다.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최초 판결이 나오자 이제 부부가 한 몸임을 입증하는 부부관계도 승낙을 받아야 하고, 며칠 전에는 남편이 아내의 카드를 몰래 사용했다가 절도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제 부부란 ‘남’이 ‘님’이 된 것이 아니라, ‘님’이 ‘남’처럼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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