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만·견내량에 호래기·농어 등 출현…강태공 발길 늘어 대조
거제의 바다가 요동치고 있다. 서남부 해역에서는 지난 2003년 이후 최대의 적조로 고생하고 있는 반면 진해만과 거제대교 근처 해역에서는 수많은 어종의 출현으로 바다낚시를 즐기는 등 예년에 볼 수 없던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적조로 고생하고 있는 남부면 일대는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낚시 대상어종으로 부상한 무늬오징어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매년 여름 수온이 올라가면서부터 낚이기 시작하는 무늬오징어는 루어를 이용해 낚을 수 있고 초보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올 여름에는 이상 고온과 적조, 냉수대 등으로 아직까지 어황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또 다른 대상어종인 감성돔 등 인기어종들도 아직 활기찬 입질이 없어 강태공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 지역에서 낚시를 즐기는 한 애호가는 "매년 여름이면 무늬오징어 낚시로 짭짤한 손맛을 봤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입질이 없다"면서 "적조와 이상 기온 등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거제대교 일대와 진해만 일부해역에서는 예년과 달리 활기찬 어황이 형성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특히 겨울철 대상어종으로 각광받고 있는 호래기(꼴뚜기)가 때 아닌 출현으로 강태공들을 유혹하고 있다.
대교마을에 사는 김모 씨는 "최근 호래기 입질이 있다고 해서 출조했는데 30여 수 낚았다"며 "겨울만큼 활기찬 어황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낚는 재미는 쏠쏠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어황이 형성된 이유로 통영 안정공단의 LNG저장소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LNG선박의 운항과 저장소에서 나오는 냉수로 인해 진해만 일대가 한여름에도 냉수대가 형성돼 겨울어종인 호래기가 나온다는 것.
또 대교마을 앞을 관통하는 견내량 일대에서는 최근 농어낚시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
대교 유림낚시 설복희 사장에 따르면 대교마을 방파제 일대에서 30~70cm에 이르는 농어를 낚는 강태공들이 늘고 있다는 것.
그는 "사람들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루어로 낚는 사람, 청개비나 혼무시를 쓰는 사람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농어가 낚이고 있다"며 "물살이 빨라 적조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농어들이 이 일대 해역으로 몰려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 일대 해역에서는 농어 외에도 2~30cm급 감성돔을 비롯해 30cm급 볼락과 심지어 가오리 등도 산란철을 맞아 낚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어종이 이 일대 해역에 몰리다보니 어선어업을 하는 일부 어민들이 야간에 '뻥치기'로 불리는 전통어법으로 어로행위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한때 불법어업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한 뻥치기는 야간에 바닷물을 막대기 등을 이용해 두드리는 방식으로 물고기를 놀라게 해 도망가다가 그물에 걸리면 포획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