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에 나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比目)’은 당나라 초기 4대 시인의 한 사람인 노조린(盧照隣)의 시 ‘장안고의(長安古意)’에 나온다. 노조린은 20대 중반에 풍병으로 말이 어눌해졌고, 약을 잘 못써 사지가 굳어지는 병까지 얻어 결국 강물에 투신자살로 일생을 마감한 불운의 시인이었다.
이 전설의 물고기 비목어는 한쪽 눈만 가지고 태어난 탓에 또 다른 한 마리와 짝을 이루어 서로 의지하고 산다고 하여 부부의 금슬을 나타내는 시어(詩語)로 사용되어 왔다.
외눈박이 물고기가 비목어라면, 외눈박이 새는 비익조(比翼鳥)다. 비익조는 중국 숭오산(崇吾山)에 산다고 전해지는 전설의 새로 날개와 눈이 하나뿐이어서 암수가 몸을 합쳐야만 비로소 날 수 있다. 암수 중에 한쪽이 죽으면 남은 한쪽도 따라 죽었다. 이런 까닭에 문학작품에서는 남녀 간의 지극한 사랑을 표현할 때 인용된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외눈박이가 서로 만나 두눈박이처럼 살아가야할 부부의 사랑이 비목어나 비익조가 아니라 불교 경전 아미타경에 나오는 공명조(共命鳥)를 닮고 말았다. 공명조는 몸 하나에 머리가 둘인 새인데, 평소에는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먹을 것이 생기면 싸운다. 옆에 이놈만 없으면 혼자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독이 든 음식을 상대가 먹게 하여 죽인다. 그러나 몸이 하나인 까닭에 자신도 몸에 독이 퍼져 결국은 같이 죽고 만다.
내연남과 살기 위해 남편을 죽여 달라고 살인 청부하는 부인, 보험금을 노리고 부인을 살해하는 남편, 가정폭력은 최근 6년 동안 하루 평균 28건이 발생한다는데 이건 고소 고발로 드러난 숫자일 뿐 숨어 있는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부부는 전생에 원수라는 말이 맞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