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등 정책에 사용되는 예산은 1%도 안돼
'금연법'이 시행되면서 흡연실 설치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이 지난 6월30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애연가들의 반발이 심하다. 또 PC방 등은 올 연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하는 등 정책적 일관성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공장소 등에서의 흡연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애연가들로부터 흡연실 설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들의 요구는 비흡연자들로부터 눈치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것이다. 또 비흡연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흡연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공장소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반면 흡연실 설치에 대해서는 강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모든 공공장소의 흡연실을 설치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소유주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가까운 예로 고현시외버스터미널의 경우 금연구역이지만 흡연실이 없다. 소유자의 판단에 맡겼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흡연자들은 금연구역 스티커 아래서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를 단속하는 공무원들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부터 흡연실을 만들어 달라는 불만을 들어야 하고 비흡연자들로부터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입법할 때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반쪽짜리 법을 만들어 단속하는데 너무 힘이 든다"면서 "흡연자·비흡연자 양쪽 모두 불만만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처럼 흡연자나 비흡연자, 단속요원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금연법의 불완전성은 결국 세금의 문제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세인 담배소비세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무조건 금연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타격이 너무 크다는 현실인식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흡연실을 설치하라는 강제규정을 두지않은 것은 정부가 담배소비자들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사용처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 실제 흡연자들 사이에서 이 문제와 관련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었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어디 쓰나
담배소비세는 지방재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거제시의 경우 연간 160억원의 세금을 걷어 들이고 있으며 서울시도 전체세액 중 14%인 8500여 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전라남·북도와 경북·강원 등의 소규모 지자체들은 지방세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2500원 담배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은 모두 6가지로 △담배소비세 641원(지방세) △지방교육세 320.5원(행정안전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보건복지부) △연초안정화부담금 15원(기획재정부) △폐기물부담금 7원(환경부) △부가가치세 227원(기획재정부) 등이다.
세금을 모두 합치면 1564.5원으로 담배회사 마진과 소매점 마진을 뺀 원가는 643원에 불과하다.
이중 담배 한갑당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연간 징수액은 1조7000억원이며 금연 및 흡연자 구제를 위해 쓰이는 예산은 300여 억원에 불과하다. 1조원 가량은 건강보험 재정적자 보전에 쓰이고 있다.
거제로 범위를 좁혀보면 담배소비세 160억원을 기준으로 연간 2500원 하는 담배 2496만998갑이 판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거제의 흡연자들은 연간 88억3619만여 원을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거제시에 지원하는 금연 및 흡연 관련 사업예산은 연평균 8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예산으로 금연클리닉, 금연캠페인, 교육, 지도·단속 등을 벌이고 있다.
거제의 흡연자들이 내는 건강증진부담금의 1% 정도가 관련 정책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연간 부담금의 10%만 지원해도 8억8000여 만원으로 1000만원 정도 소요되는 흡연실 88개를 설치할 수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적자를 메우기 위해 흡연자들의 권리를 착취한다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재주는 흡연자들이 부리고 돈은 정부가 가져간 꼴이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흡연실을 설치하면 비흡연자들의 건강권도 지키고 흡연단속을 벌이는 공무원들도 흡연자들이 퍼붓는 각종 욕설로부터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