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보예산 11억원 불과…시, 특별교부금 10억 요청 계획이지만 가능성 희박

올 가을철 소나무 재선충 방제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유래없는 더위와 가뭄으로 올 여름 소나무 재선충병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실제 방제작업에 투입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4일 현재 거제지역의 경우 능포·장승포·아주동, 일운·연초면 등지를 중심으로 소나무가 누렇게 말라죽어가는 현상이 확산돼 가고 있다. 이 지역 산림지대의 소나무들은 잎이 말라 색깔이 변하거나 고사한 채 방치돼 육안으로 보기에도 다른 수종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능포동 박 모(58)씨는 "양지암 인근 숲에서부터 해안도로 주변 숲의 소나무들이 뻘겋게 변해 말라죽어가고 있다"면서 "올 봄만 하도라도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는데 최근 2~3달 동안 고사목이 확연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은 0.6~1mm의 아주 작은 선충으로 수목 내에서만 증식하지만, 솔수염하늘소라는 매개충의 몸속에 기생한다. 솔수염하늘소가 5월부터 8월까지 소나무의 새순을 갉아 먹는 동안 호흡기를 통해 나무에 침입한다.
이후 빠르게 증식해 수액 이동 통로를 막아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수세가 쇠약한 소나무에는 가을철에 솔수염하늘소가 산란하게 된다.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서는 재선충병을 확산시키는 '솔수염하늘소'라는 매개충을 구제해야 방제가 가능하다. 매개충이 산란하기 쉬운 소나무재선충병 고사목이나 재선충병 발생이 의심되는 의심목을 찾아내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파쇄, 훈증 등을 통한 방제를 실시해야 나무속의 유충을 포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솔수염하늘소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름철에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을 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매개충이 피해목에 살지 않아 방제효과가 떨어지는데다, 고사목을 제거할 경우 성충이 된 솔수염하늘소가 산란을 위해 또 다른 소나무를 찾아 이동해 더 많은 피해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올 여름 솔수염하늘소가 많이 증식하면서 소나무 고사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육안으로 파악가능 한 고사목을 베어내는 것으로는 재선충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예찰활동을 강화하며 올 10월부터 실시하게 될 방제작업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정확한 감염실태 파악을 통해 적절한 방제작업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 가을 거제시가 제대로 된 방제작업을 실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피해범위가 넓고 감염목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재선충 방제를 위해 마련돼 있는 예산이 추경예산 포함 11억65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에 따르면 올해 추기방제 계획량은 상반기 미방제 수량을 포함해 모두 7만8100본으로 소요예산은 39억25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예산잔액이 11억6500만원에 불과해 27억6000만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의 예산잔액으로는 계획량의 1/3가량만 방제할 수 있는 형편이다.
시 관계자는 "올 재선충 방제작업에 총82억7000만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됐지만 현재까지 확보한 액수는 55억1000만원으로 이마저도 춘계 방제작업에 43억여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했다"면서 "부족예산에 대해 안전행정부에 특별교부금 10억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선충 발생목의 IT전수조사를 끝낸 뒤 10월 중 방제작업을 발주해 연말까지 마무리 할 계획"이라면서도 "소나무 1본당 5만원 정도의 금액이 투입돼야 해 현재의 예산으로는 방제작업이 내년으로 이월 될 가능성이 커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소나무 제선충 발생본수는 25만9,000본으로 69억78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5만9000본을 방제했지만 예산부족으로 10만본의 소나무는 올 상반기로 이월돼 방제작업이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