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5급, 결핵성 관절염, 폐결핵 등 불편한 몸에도 불구 시인의 '꿈' 안고 나아가

진갑(進甲)을 지나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 배움의 뜻을 이어가는 이명덕 할머니(66)가 우리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고등학교 입학 자격 검정고시를 합격한 뒤 한 번의 고배를 마신 그는 지난달 드디어 대학교 입학 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해 시인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됐다.
한참 공부가 즐거웠던 중학교 2학년, 결핵성 관절염으로 다리가 불편했던 그는 배움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했다. 형제도 많고 가난했던 그 시절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은 가족들에게나 본인에게나 마음의 짐이었다.
허약한 몸으로 젊은 시절을 고생으로 보냈던 그는 부산대학교 의사인 사촌오빠의 도움을 받아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후 아버지의 극진한 간호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
15년마다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몸으로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보험회사에서 20년, 거제 자활센터 요양사로 6년을 근무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못 다한 공부를 생각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검정고시 공지는 그에게 잊고 있던 꿈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명덕 할머니는 "검정고시를 보는 한 순간에 필이 꽂혔다"며 감격스러움에 가슴이 뭉클했던 그때의 감회를 떠올렸다. 두 딸의 응원속에 그는 출·퇴근길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보며 독학의 길을 걸었다. 뒤늦게 깨달은 배움의 미학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5~6시간을 꾸준히 공부하며 준비했고 마침내 못 배운 설움을 떨치게 됐다.

자신 있는 과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영어"라고 답하는 이명덕 할머니. 평소 EBS 영어 라디오나 팝송을 자주 듣는다는 그는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가장 재밌다"며 유창한 발음을 뽐냈다.
합격 소감에 대해 묻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마음 두고 뜻을 두면 언젠가는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마음 속 열정은 아직도 끓고 있다. 세상 살아가는 모든 것은 도전이다. 꿈이 있는 자만이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시집을 선물 하며 살아온 과정을 시로 표현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친구의 제안으로 그의 최종목표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는 좋은 시인이 되는 것이다.
방송통신대 국문학과를 지원해 창작의 길을 걷겠다는 그는 "자연 속에 있으면 황홀감을 느낀다. 내 안에도 시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겠냐"며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또 "시는 어느덧 삶의 활력소가 됐다. 아픈 몸으로 고독한 투쟁의 길을 걸었던 나를 펼칠 장이 될 것"이라며 10년 안에 훌륭한 시인이 되겠다며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 늦었다고 생각지 말고 도전해라. 부모 밑에서 30년, 자식과 남편을 위해 30년, 이제 여생은 나를 위해 살고 싶다"며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나를 보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