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하다고 칭찬해야 할지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것에 대해 질타를 해야 할지 참 난감한 공무원들이 있다. 자신의 위치를 특권계급쯤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최근 본지 보도와 관련 모 동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기사에서 동주민센터 담당자가 보도블럭이 파손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에 대한 항의전화였다.
담당기자를 바꿔달라며 "담당자가 사실을 몰랐다는 내용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를 따지는 내용이었다.
담당기자가 시에서 담당부서 관계자와 확인하는 과정에서 동주민센터 담당자가 인지하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고 편집국장이 설명했지만 무조건 담당기자를 바꾸라는 식이었다.
담당기자를 바꿀 수 없다는 편집국장의 말에 동장은 일방적으로 화를 내며 끊어버렸다. 참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동주민센터에서 보도가 파손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지 담당기자의 확인과정이 아니다. 또 어떤 방법으로 확인됐던 파손된 것을 보수해 주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동장의 태도는 동주민센터에서 몰랐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동사무소 담당자가 누구였는지 확인해 문책하려 했는지 담당기자만 바꾸라는 말로 일관했다. 전자의 경우든 후자의 경우든 동장은 지역에 대한 업무를 소홀했다는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면·동의 사무소들은 대민(對民)부서이다.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수시로 점검하고 주민들로부터 의견도 청취하고 하는 자리이다. 파손된 보도블럭 사이로 잡초가 무성한 것을 보면 방치된지 오래라는 사실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잘못을 인정하려는 태도는 없고 일방적으로 화내고 전화를 끊는 과정을 보면 신문사 편집국장도 우습게 아는데 하물며 주민들을 대할 때는 어떨지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일종의 서비스직이다. 친절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특히 공무원 조직 내에서 장(長)을 맞고 있다는 것은 항상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하라는 의미다.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주민들을 향해 먼저 고개를 숙여 다른 부하 직원들에게 귀감이 되라고 주는 자리이다.
하지만 이 동장의 자세로 볼 때 주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면 변명거리를 먼저 찾을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다른 동장은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지거리를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대로에서 서슴없이 해 말썽이다.
물론 술을 어느 정도 마신 상태였다. 아무리 술을 마시고 밤 깊은 시간에 개인의 자격으로 욕을 했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대로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 동장이 욕을 한 대상은 모 카페를 운영하는 여주인으로 이날 술을 마시고 다른 일행들과 노래방에 가기로 했다가 갑자기 집으로 가겠다고 하면서 발생했다.
이 동장은 집으로 가는 여주인을 따라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가버렸다는 것이다. 약속을 했다가 어긴 여주인에게도 일부 잘못이 있지만 그렇다고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잘못된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 노래방에 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그 여주인은 이미 이전부터 동장을 알고 있는 상황이며 하물며 거제시민의 한 사람이다. 퇴근 후 사생활이라 할지라도 이미 상대방이 동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 적어도 최소한의 품위유지는 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얼마나 심한 욕설을 퍼부었는지 여주인은 당시 상황을 녹음까지 시도했다. 특히 '욕 실컷 얻어먹어 배 불렀습니다'라는 비아냥의 문자메시지까지 보냈을 정도라고 한다.
공무원들도 퇴근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래도 공무원인데'하는 기대를 한다. 일반 시민들과 달리 매사에 품위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그가 다른 공무원보다 직위의 우월성을 가질 때 시민들이 바라는 도덕적 잣대는 더 엄격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처럼 시민들의 기대를 산산이 무너뜨리는 장(長)급 공무원들로 인해 전체 공직사회가 시민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스스로의 직책에 대한 자부심을 내팽개치고 사회의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겠다는 각오조차 없는 장들에게서 양질의 대민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지 한편으로는 거제시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